소비자 지갑 열리나

소비자 지갑 열리나

입력 2010-01-11 00:00
수정 2010-01-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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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조금씩 녹을 조짐이다.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그렇다.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12.1% 늘었다. 하지만 확대해석은 곤란하다. 최악으로 치달았던 2008년에 대한 기저효과와 노후 차 교체 세제 지원으로 승용차 판매가 경이적인 증가세를 보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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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액은 22조 4074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달보다 12.2% 늘었다. 미국발 경제 위기 이전인 2008년 7월의 12.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위기 전에 월간 소매판매액이 20조~21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늘었다.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승용차와 가전제품, 컴퓨터, 가구 등 내구재였다. 지난해 11월 내구재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46.9% 뛰어올라 4조 9334억여원을 기록했다.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이다. 특히 노후 차 교체에 대한 세제 혜택을 안겨준 덕에 승용차 판매액이 전년 동월보다 111.5% 늘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승용차 판매액은 2조 6208억여원이었다. 전체 내구재 판매액(4조 9334억여원)의 53.1%다.

비교적 목돈이 들어가는 가전제품 판매액도 12.7% 상승했다. 2008년 7월(18.7%) 이후 최대 폭이다. 지난해 10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10.7%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다. 올 4월부터 전력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에 대한 5%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미리 지갑을 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극심한 부진을 겪던 컴퓨터·통신기기 판매가 4.5% 늘고, 18개월간 마이너스를 보인 가구 판매가 지난해 9월부터 석 달째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소비심리 완화를 엿볼 수 있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또 준내구재 판매액은 지난해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7.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오락·취미 및 경기용품 판매액이 전년 동월보다 18%가 늘어 2007년 7월(21.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여가 생활에도 신경을 쓸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지표상으로 소비가 좋아진 것은 일종의 착시효과로 세제 지원 등 정부의 정책적 영향이 컸다.”면서 “상반기에 정부 예산의 70%를 배정한다고 하지만 체감경기가 당장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 지표가 좋아지겠지만 기저효과를 뺄 때 실제 증가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냉철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0-01-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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