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글로벌화… 은행은 나 몰라라

기업 글로벌화… 은행은 나 몰라라

입력 2010-09-07 00:00
수정 2010-09-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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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열 위원장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11일부터 1주일간 러시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현장을 둘러봤다. 우리 은행들의 세계화 역량을 점검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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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금감원 관계자는 6일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수요를 받쳐주기에는 현지 국내 금융의 역량이 턱없이 모자랐다.”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금융기관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은행이 없어 현지 은행과 불리한 조건으로 대출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불만도 나왔고, 국내 은행은 있지만 규모가 작아 충분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불평도 있었다. 정책자금을 제공하는 수출입은행이 동유럽 한 곳에도 진출해 있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란드 삼성연구소의 경우 3년 만에 20명의 연구원이 200명으로 늘었고, 3년 후 1000명을 바라볼 정도로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향후 신속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국내 은행이 하나도 없어 불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런던에는 정책자금을 제공하고 현지 금융기관의 자금을 연결해주는 수출입은행이 있는데 동유럽 쪽은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해외 법인은 영국,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4개국에만 있다.

그동안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는 2005년 109개에서 2008년 128개로 증가했지만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자제하면서 2009년 129개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현지 수익성 분석 등 옥석을 고르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카자흐스탄 뱅크센터크레디트(BCC) 인수에서 드러났듯 현지 매물을 잘못 고른 경우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해외 진출에 있어 수익성을 산정하는 능력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능력도 아직 많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회복을 타고 국내 은행들이 문화적으로 익숙한 아시아에 주로 진출하고 있지만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만 진출이 집중돼 과잉경쟁도 우려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무역실적이 있는 아시아의 22개국 중 절반이 넘는 12개국(54.5%)에 국내은행 해외점포가 나가 있다. 반면 동유럽은 14개국 중 5개국(35.7%), 남미는 17개국 중 4개국(23.5%), 유럽은 17개국 중 5개국(29.4%), 중동은 13개국 중 2개국(15.4%)에만 개설돼 있다. 점포 수도 아시아가 72개인 반면에 동유럽은 11개, 남미 8개, 유럽 14개, 중동 6개에 불과하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진출에도 심각한 쏠림현상이 발생하면서 특화된 전략 없이 나가고 있는 만큼 결국 한두 곳만 빼고는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진출도 중요하지만 현지화를 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11월18일부터 국내은행이 해외점포를 개설할 때 금융위원회의 사전 의결이 아닌 사후보고만 하게 하는 등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원활하게 할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0-09-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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