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연금·보험료까지 내고 나면 ‘빈털털이’
불황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집집마다 씀씀이를 확 줄였다.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는 오히려 줄였다. 대출이자에 보험료, 연금 등을 내고 나면 쓸 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소비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 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조세·연금·사회보험·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은 79만 2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자 비용은 9만 6500원으로 7% 늘었고, 연금(8.2%)과 사회보험(7.2%) 지출도 커졌다. 이 때문에 평균소비성향이 73.6%로 1년 전보다 3.9% 포인트나 떨어졌다. 관련 통계를 전국 단위로 낸 2003년 이후 최저치다.
소득이 낮을수록 평균소비성향 감소폭은 더 컸다. 가장 저소득층인 1분위(평균소득 131만 9600원)의 평균소비성향은 같은 기간 10.7%나 떨어져 2분위(-7.1% 포인트), 3분위(-3.7% 포인트)의 감소폭을 크게 웃돌았다. 평균소득이 807만 6200원인 5분위는 2.7% 포인트 감소에 그쳤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는 의미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정부의 보육료 지원 등으로 소비지출이 줄어든 덕분도 있지만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항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4.2%), 의류·신발(2.1%), 주거·수도·광열(5.6%), 가정용품·가사서비스(6.3%), 오락·문화(4.8%), 음식·숙박(3.0%) 등의 지출이 지난해 3분기보다 늘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면서 통신장비 지출이 307.9%나 급증해 전체 통신 지출도 7.7% 증가했다.
반면, 무상 보육 확대와 대학 등록금 인하 등으로 교육 지출은 6.1% 감소했다. 보육료 지원 덕에 복지시설 지출이 포함된 기타상품·서비스 지출도 0.5% 감소했다. 완성차 파업 여파로 자동차 구매에 쓴 지출은 20.2% 급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2-11-17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