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감염학회 이사장 “메르스 방역, 그정도면 잘한 것”

김우주 감염학회 이사장 “메르스 방역, 그정도면 잘한 것”

입력 2015-10-11 08:29
수정 2015-10-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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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도한 메르스 방역에 ‘합격점’ 평가…“메르스 후속대책 부족…감염병별 전문가 양성해야”

“5월말부터 한 7∼8주 걸렸죠? 그 정도면 잘한 거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 방역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이 전체적인 국내 메르스 방역 정책에 내린 ‘자평’이다.

김우주 이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감염질환학회(IDWeek 2015)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초기에 부족한 면은 있었지만 그 정도면 (방역을) 잘한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5월20일 국내에서 최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사태가 확대되는 동안 김 이사장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즉각대응팀장을 맡고, 황교안 총리 취임 이후에는 메르스 특보도 지냈다.

초기 메르스의 전파력을 다소 약하게 평가한 점이나, 환자가 발생·경유한 병원명을 공개하는 것이 늦어진 점 등 국가 방역의 ‘실수’들도 김 이사장의 판단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비교적 이른 시일에 고강도의 방역 대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자신이 진두지휘한 국내 메르스 사태의 방역에 합격점을 줬다.

김 이사장이 말한 7∼8주란 첫 환자가 발생한 날(5월20일)부터 신규 환자 발생이 멈춘 날(7월4일)까지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없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르면 마지막 환자가 음성으로 전환한 후 28일(메르스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의 2배)이 지나야 대한민국의 메르스 사태가 공식 종식된다.

김 이사장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전 장관을 설득해 정부가 ‘자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도록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마지막 메르스 양성 환자는 기저질환(림프종)의 특성상 치료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며 “확산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WHO의 종식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자체적으로 종식 선언을 하도록 문형표 전 장관에게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마지막 자가격리자가 해제된지 이틀 만인 7월28일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김 이사장은 메르스가 ‘사실상 종식’된 이후 한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다.

김 이사장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에도 감염병 전문가로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기는 했지만 이번만큼 힘들지는 않았다”며 “메르스 사태 당시 국민의 불안감이 신종플루 때보다 컸던 만큼 나도 언론에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일이 처음은 아니라며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했다.

2007년께, 조류독감이 2년마다 유행하고 있으니 백신을 더 비축해야 한다고 방송에서 주장하자 양계업자들이 김 이사장의 직장인 고대구로병원 앞에 찾아와 “조류 독감의 불안감을 키우지 말라”며 항의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시위대는 김 이사장의 관까지 준비하고 ‘폭파하겠다’는 식의 폭언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몇 주 후 방송에서 김 이사장이 ‘익힌 음식으로는 조류독감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시위대의 대표격인 인사가 ‘고맙다’며 악수를 청해 오기도 했다.

메르스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방역 개선 대책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고 김 이사장은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무슨 일이 터지면 새 건물을 짓고 시설 뜯어고치는 것을 대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메르스면 메르스, 뎅기열이면 뎅기열 등 감염질환마다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5년 동안 100명은 양성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찾아올 감염병에 대비하려면 무엇보다 실무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김 이사장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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