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 끝이 안 보인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 끝이 안 보인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입력 2011-08-15 00:00
수정 2011-08-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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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유럽 통합의 중심축은 파리-베를린이다. 2차 대전 후 유럽 통합의 초기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재화합이 통합을 위한 절대 전제조건이었다. 이후 불·독 커플은 오랜 기간 유럽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드골-아데나워, 지스카르 데스탱-슈미트, 미테랑-콜이 환상의 커플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랜 전통은 사르코지-메르켈 커플에 이르러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 통합호도 출렁거리고 있다.

사르코지-메르켈 커플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지만, 그리스 재정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기 전까진 표면상으로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리스 위기와 더불어 파리와 베를린이 동상이몽의 커플임이 드러나면서, 그리스의 위기가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 파급되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경제 대국, 정치 소국’이란 EU의 근원적 문제가 재발한 것이다. EU 위원장을 10년이나 역임한 자크 들로르조차도 EU를 가리켜 ‘정치적 UFO’라고 비꼬았다. 현재 유럽 통합호엔 선장이 없다.

불꽃은 이탈리아로 튀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비율이 120%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사정은, 경제기조가 튼튼하다고 주장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암울하기만 하다.

경제성장률은 0%에 가까우며, 현 정부가 내세운 긴축재정은 2013~2014년 실행되는 것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를 현 정부 임기 이후의 문제로 남겨놓은 것이다.

게다가 잦은 스캔들에 연루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정치적 불신이 이탈리아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위기보다 자신이 연루된 재판의 향방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의회에서 여전히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명목상의 다수에 지나지 않는다. ‘독불장군’이 된 베를루스코니는 홀로 금융시장에 맞서 외로운 전투를 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연 6%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이자의 추가부담도 커졌다. 7%에 이르면 국가부도 위기가 도래하기에, 이탈리아는 현재 매우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자파테로의 스페인 정부로 언제 불꽃이 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두 국가가 그리스처럼 경제적 소국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3450억 유로인 데 비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1조 9160억 유로와 6930억 유로라는 점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마누엘 바호주 EU 위원장은 유로존 17개국 지도자들에게 지난달 21일 브뤼셀에서 그리스의 위기가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해진 결정들을 ‘즉각’ 실행에 옮기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는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국채를 유럽재정안전기금(EFSF)으로 구매한다는 데 합의를 보았지만, 9월 말 전에는 실행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유로존 17개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소방관은 진화 절차만 따지는 격이다. 이 같은 유럽의 거버넌스 부재는 상황을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가, 유로존의 약한 고리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국제금융시장의 공격에 더욱 노출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거듭 불거지는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EU는 이름에 값하는 공동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독일이 EFSF 증액은 물론, 과도한 채무를 진 국가들에 돈을 대주는 소위 ‘송금 연합’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EU 차원의 수단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자생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유로존의 해체냐 하는 기로(岐路)에 서 있다. 불·독 커플의 불협화음에다, 미국의 재정난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EU의 앞날은 산 넘어 산이다.
2011-08-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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