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단이 국과장 ‘모시는 날’… 아직 이런 공직 악습이

[사설] 말단이 국과장 ‘모시는 날’… 아직 이런 공직 악습이

입력 2024-10-07 20:10
수정 2024-10-0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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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접대하는 ‘모시는 날’이라는 악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서울청사에 게양된 대한민국정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서울신문 자료사진
공직사회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접대하는 ‘모시는 날’이라는 악습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서울청사에 게양된 대한민국정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서울신문 자료사진


공직사회에 하급 공무원이 상급자를 접대하는 ‘모시는 날’이라는 악습이 횡행한다는 소식이 믿어지지 않는다. 한두 건의 시대착오적 사례가 아니라 여전히 일반적 관행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공무원 1만 2526명 가운데 75.7%인 9479명은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44%인 5514명은 최근 1년 이내 이런 폐습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꾸로 가고 있는 공직사회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모시는 날’은 57.6%가 점심, 7.2%가 저녁, 10.4%가 술자리였다. 아랫사람들이 ‘모셔야’ 하는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 국장과 과장이었다. 비용은 팀별로 사비를 미리 걷어 대비하는 경우가 많았고, 해당 기관의 재정을 편법·불법으로 지출한 사례까지 있었다. 주관식 설문에서는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거나 “500만원 받는 윗사람이 겨우 한 달 200만원 받는 청년 공무원 돈으로 밥을 먹느냐”는 등의 볼멘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요즘 젊은 공무원들은 윗사람이 아무리 맛있는 밥을 산다고 해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신참 공무원들이 줄지어 공직사회를 떠나는 데는 박봉도 박봉이지만 세상 바뀐 줄 모르는 간부들의 이런 분별없는 행태에도 원인이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볼 일이다.

다른 분야도 아닌 공직의 상급자가 신참 공무원을 사실상 위력으로 압박하는 악습은 선진국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지자체와 경찰 등 민원인을 상대하는 관서일수록 부정과 비리가 판치던 시절의 폐풍(弊風)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공직사회 전반이 시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이참에 공직사회에서 부정과 비리, 낡은 관행을 걷어 내는 혁신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2024-10-08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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