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골 책방/이종락 논설위원

[길섶에서] 시골 책방/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0-08-17 20:22
수정 2020-08-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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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이 넘은 지난 주말 충북 단양을 다녀왔다. 집에 있기엔 몸이 쑤셔 견딜 수 없고, 그렇다고 서울과 경기 일원을 돌아다니기엔 걱정돼 수도권 남부 지방으로 향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내가 몇 년 전부터 가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로 꼽았던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에 있는 새한서점에 가기로 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의 아버지 집으로 나온 책방이다. 집에서 두 시간 정도 달려가 만난 새한서점은 단양 오지에 있다. 현곡리 마을에서 각골재 방면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1㎞ 남짓 고갯길을 올라야 한다. 산 비탈길에 차를 어렵게 세운 뒤 200m를 더 걸어야 산장 같은 서점을 만날 수 있다.

알라딘, 예스24 등 온라인 중고매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새한서점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은 존재다. 12만여권이 빽빽이 비치돼 있는 책방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애니메이션 영화에 곧잘 나오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탑승한 기분이다. 바닥은 그대로 흙이고, 책장이 기둥을 대신하고 천장은 지붕을 겸한다. 곰팡이 냄새 같은 눅눅함이 코끝을 자극한다. 헌책을 뒤지며 한참을 망설인 끝에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과거로의 여행 추억을 오롯이 담고 집으로 왔다.

jrlee@seoul.co.kr
2020-08-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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