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화가 은행원들 덜 정직하게 해”<네이처 논문>

“은행 문화가 은행원들 덜 정직하게 해”<네이처 논문>

입력 2014-11-20 00:00
수정 2014-11-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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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 은행원 128명 상대 조사

최근 잇따르는 대형 글로벌 은행들의 각종 비리 스캔들은 개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이들이 속한 은행의 문화 탓일까.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경제학 연구팀이 이런 의문을 가지고 실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은행 산업 자체가 은행원들을 덜 정직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 AP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한 글로벌 대형은행에 재직하는 은행원 128명을 실험실로 불러 모은 뒤 ‘정직함 평가’를 실시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동전을 열번씩 던져 앞면이 나왔는지, 뒷면이 나왔는지를 온라인으로 보고하게 한 다음 그 결과가 연구팀이 미리 제시한 결과와 얼마나 맞아떨어졌는지 알아보는 방식이었다.

단, 실험은 128명의 은행원을 두 그룹으로 나눈 상태에서 진행됐다. 첫번째 그룹에게는 ‘집에서 TV는 얼마나 보느냐’와 같이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적인 가정 생활에 대한 질문을 한 뒤 동전을 던지게 했다.

또 두번째 그룹에게는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 ‘은행에서 당신은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가’ 등 은행 일과 관련된 질문을 먼저 한 뒤 동전을 던지게 했다.

다시 말해 두번째 그룹에게는 일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 먼저 주입시킨 뒤 정직함 평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두번째 그룹의 승률이 58.2%로 첫번째 그룹의 승률 51.6%보다 높게 나왔다. 연구팀은 두번째 그룹의 은행원 가운데 약 16%가 동전 앞, 뒷면의 결과를 ‘거짓’으로 보고했기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연구팀은 제조업, 통신업, 제약업 등 은행이 아닌 다른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도 같은 방식의 실험을 했으나 ‘거짓 보고’ 등 부정직함을 유추할 수 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에른스트 페르 교수는 AP통신에 “은행원들이 일반인보다 더 부정직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떠올렸을 때 부정직해졌다는 것”이라며 “은행 문화의 무언가가 그들을 부정직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행가협회는 그러나 이 연구가 은행 단 한 곳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면서 “미국의 6천개 은행들은 직원들의 정직함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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