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아우슈비츠 수용소 회계사 재판 시작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목전에 둔 1944년 5월부터 7월 사이 독일 나치 정권이 관할하던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무려 137편의 기차가 도착했다. 이곳 플랫폼에 짐을 푼 유대인 42만 5000여명 가운데 30만명은 악명 높은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남긴 봇짐과 현금은 모두 베를린의 나치 친위대(SS) 본부로 보내져 전쟁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오스카 그로닝
전직 은행원으로 19세에 SS에 자원입대한 그로닝은 종전 직전 아우슈비츠에 머물면서 유대인들의 재산을 탈취해 관리하고 장부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독일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그로닝이 나치 정권이 경제적 이득을 얻도록 돕고 이들의 조직적 살인에 힘을 보탰다고 보고 있다. 그로닝은 독일 당국이 2013년부터 추적해온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생존 SS대원 중 한 명이다. 그로닝은 2005년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아우슈비츠에서 목도했던 과거 나치의 행적들을 털어놨고 이번 재판에서도 증언할 계획이다. 다만 그는 “나는 단순한 목격자로 거대한 살인기계를 움직이는 톱니바퀴의 톱니에 불과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5-04-22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