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은 왜 일본어로 소설을 구상했을까

김동인은 왜 일본어로 소설을 구상했을까

입력 2011-10-14 00:00
수정 2011-10-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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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서 ‘한일 근대소설의 문체 성립’ 발간

소설가 김동인(1900~1951)은 ‘문단 30년의 발자취’에서 “과거에 혼자에 머리 속으로 구상하던 소설들은 모두 일본말로 상상하던 것이라, 조선말로 글을 쓰려고 막상 책상에 대하니 앞이 딱 막힌다”고 했다.

근대 소설의 문장 형태를 확립하는데 큰 이바지를 한 거장 김동인이지만 막상 소설을 구상할 때는 한글이 아니라 일본어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계명대 일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안영희 계명대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한일 근대 소설의 문체 성립’(소명 펴냄)이라는 학술서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다.

안 연구원은 박사 학위 논문을 수정, 보완한 이 책에서 “(김동인이) 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소설을 구상할 수밖에 없었나가 논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그 이유에 대해 ‘그’라는 삼인칭 대명사와 ‘ㅆ다’라는 과거시제 등 근대에 도입된 문체에 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김동인이 근대문체인 3인칭대명사와 과거시제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피력하고 있다. 김동인은 ‘창조’에서 처음으로 구어체문장이 실행되었고 구어체문장을 만들기 위해서 과거시제가 필요하였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시제와 더불어 당시에 없었던 3인칭대명사를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일본어에는 ‘그녀’라는 말이 있었지만 한국어에는 없었기에 일본어를 참고했다고 한다.”(154쪽)

당시 근대 문체인 ‘언문일치체’는 이처럼 말과 글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새로운 문체의 탄생이었던 셈이다. 김동인이 이 문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그녀’ 같은 말이 있는 일본어로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또 한일 근대소설의 종결어미와 언문일치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한일 자연주의 및 리얼리즘 소설의 작품 세계를 비교 검토했다.

432쪽. 2만9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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