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위원장에게도 이미 말했다…새 사람이 새 분위기 만들 필요 있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은 최근 부산시에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한 영화계의 반발에도 그만두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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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행위원장은 11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새로운 사람이 와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BIFF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이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에 공동 집행위원장을 제안한 것은 제가 물러나겠다는 뜻”이라고 밝혀 영화계의 반발과 우려를 샀다.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계의 의견에 대해 고민은 하겠지만 (물러나겠다는 뜻에는) 변화는 없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에 영화계 모두가 납득할 만한 사람을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자신은 공동집행위원장으로서 1∼2년간 새 집행위원장의 업무를 도우며 인수인계를 하겠다고 제안했고, 부산시도 이를 받아들인 상태다.
그동안 이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의 사퇴 종용 논란에도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밝혀왔던 데다 영화제 측이 부산시의 쇄신안 마련 요구를 받아들여 공청회까지 진행하던 상황이라 이 같은 사퇴 의사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이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의 지적은 납득이 잘 안 가기 때문에 부산시가 강제로 그만두게 하는 것은 못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모든 게 정리되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산 일각에서는 제가 영화제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험담을 하는데 굳이 그러면서까지 있을 필요가 있나 싶다”면서 “이번 사태를 다 마무리한 다음에 물러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는 단순히 부산시나 시민의 것이 아니라 영화인의 재산”이라며 “서로 좋은 사람을 물색해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에게도 이미 이 같은 뜻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장을 만난 직후에 김동호 위원장을 비롯한 영화계 어른 몇 분을 만나 이런 내용을 말씀드렸다”며 “처음에는 왜 그만둔다는 얘기를 하느냐고 화를 냈지만 취지를 설명드리니 알았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영화계와 의논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공청회에서도 비난을 받았는데 비난은 받았지만 홀가분하다”라고 털어놨다.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계와 부산시민이 같이 어울리는 모습이 앞으로 영화제와 한국 영화계를 위해 좋은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며 “(영화계의) 반발은 있겠지만 설득 등의 작업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영화제의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은 공청회와 외부 용역, 내부 의견 등의 내용을 취합해 이달 중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도 영화제지만 영화의 전당 문제도 걸려 있어서 1∼2년은 (새 집행위원장이) 전체를 총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집행위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학교로 돌아가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1996년 영화제 출범 당시 수석프로그래머였던 그는 부집행위원장, 공동집행위원장을 거쳐 2010년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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