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쟁점별 곽노현·박명기측 주장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구속) 서울교대 교수가 사퇴를 대가로 돈을 요구했으나 곽노현 교육감이 이를 거절했다는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이는 박 교수의 측근인 김모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나 일부에서 알려진 ‘사당동 비밀회동’의 실체는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뒷돈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아침 출근 중 교육청 현관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곽 교육감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곧장 9층 집무실로 향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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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이 마치 단일화 과정의 뒷거래를 중재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경계한 탓인지 당시 관련자들은 사전 거래 의혹을 일제히 부인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의 실체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후보 단일화 중재에 나섰던 시민사회 원로 이해학 목사는 3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곽 교육감과 박 교수가) 지난해 5월 17일 단일화 논의를 위해 사당동 모 커피숍에서 만났으며 박 교수 참모가 먼저 ‘선거비용이 많이 들어 지원이 필요하다’며 보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박 교수 쪽에서 ‘당장 현금이 없으면 언제까지 주겠다는 각서라도 써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목사는 “늦게 도착한 곽 교수(현 교육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박 교수 측의 제안을 설명하자 곽 교수가 ‘그런 단일화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단호하게 거절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고 밝혔다.
이 목사의 주장은 전날 박 교수 측근 김씨가 검찰조사와 일부 언론에 밝힌 ‘사당동 비밀 회동’의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김씨는 “박 교수가 곽 교육감으로부터 ‘후보를 사퇴하면 7억원을 보상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약속을 받았다.”면서 “당시 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선임, 서울교대 총장 선거출마 지원 등도 보장했다.”고 밝혔었다.
이 목사는 그러나 “그날 이후 후보 단일화 발표일인 19일까지 양측 실무자들의 논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선거 당시 곽 후보 측 선대본부장을 지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당시 곽 후보와) 시종일관 금품 관련 문제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의견을 정리했다.”면서 “(박 교수 쪽의) 금품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막판에 (박 교수 쪽에서) 금전 문제에 대한 요구를 포기해 단일화를 성사시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뒷거래 외에 다른 문제에서도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곽 교육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순수하게 선의에 의해 경제적인 도움을 준 것”이라고 밝힌 반면 김씨는 “약속한 돈을 받지 못한 박 교수가 녹취록과 문건을 제시하자 곽 교육감이 돈을 건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곽 교육감 측은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전달 금액 역시 곽 교육감은 사전에 약속하지 않은 2억원을 건넸다는 입장인 반면 박 교수 측은 7억원에 대해 보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전 문제 이외에 곽 교육감과 박 교수의 갈등이 깊어지기 시작한 또 다른 원인에 대한 입장도 양측 시각이 다르다.
김씨는 “곽 교육감이 사전에 약속한 자문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주지 않았고, 정책 교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영준·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2011-08-3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