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신랑·신부, 결혼식 당일 꼭 찾는 곳은

평양의 신랑·신부, 결혼식 당일 꼭 찾는 곳은

입력 2014-06-23 00:00
수정 2014-06-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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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임금님 의상을, 신부는 공주님 의상을 입고 딱 붙어서시라요…자, 사진 찍습니다.”

북한 평양 근교의 한 공원에서 결혼식 기념사진 촬영을 맡은 사진사가 봉건왕조시대 의상을 갖춰 입은 신랑·신부에게 외치는 소리다.

요즘 평양의 신혼부부들이 일생에 하루뿐인 결혼식 당일이면 반드시 들르는 필수코스가 있다. 평양시 중심가에서 승용차로 1∼2시간이면 도착하는 평양민속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3일 “평양민속공원이 꾸려지고 나서 이곳이 인기 높은 결혼식 노정으로 자리 잡게 됐다”라며 민속공원을 찾는 신랑·신부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소개했다.

예전 같으면 결혼식 당일 김일성 주석의 동상을 참배하고 대동강에서 보트를 타거나 인공분수나 대규모 건축물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는 등 평양시내 중심에서만 맴돌았을 신랑·신부들이 굳이 외곽지역의 민속공원을 찾는 이유는 뭘까.

우선 평양의 신랑·신부들은 민속공원에서 다양한 시대의 의상들을 입고 결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조선신보는 민속공원을 다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공원의 ‘민속촌구’는 “신랑·신부 누구나가 꼭 들리는 곳”이라며 이 구역이 “젊은이들이 옛 사람으로 되어 당대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속촌구에는 고구려시대의 관청, 군영, 민가 등 여러 채의 건물이 있으며 군영 안에는 고구려, 고려, 조선왕조 등 시대별로 각종 의상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신랑은 왕이나 정승, 혹은 무사의 옷을, 신부는 공주의 의상을 입고 봉건시대 건물 모형을 배경으로 결혼 사진을 찍는 것이다.

아울러 신랑·신부들은 평양민속공원에서 전통혼례 체험도 할 수 있다.

신문은 “(공원 내) 평안도 살립집의 (전통혼례) 예식장에서 신랑·신부는 조상 전래 풍습대로 맞절하기도 하고 가마를 타고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옛 사람들의 결혼풍습을 체험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민속공원을 찾은 신랑·신부 대부분이 으레 들르는 곳 중에는 ‘단군서당’도 있다.

”一日不讀書 口中生棘也”(하루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생긴다)와 같은 한자 서예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는 단군서당에서 신랑·신부는 서툰 붓글씨로 ‘영원한 사랑’, ‘행복’ 등의 글을 쓰며 추억을 남기기도 한다고 조선신보가 전했다.

이밖에도 민속공원에는 역사유적 모형뿐 아니라 현대적 건축물의 모형, 명승지와 자연경관을 형상한 모형들도 즐비해 결혼사진 촬영장소로는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이다.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최근에 탈북한 김모씨는 “최근 평양시내에 자가용과 택시가 급증하고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 달린 휴대전화가 많이 보급되면서 신랑·신부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가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전했다.

2009년 공사를 시작해 2012년 9월 완공된 평양민속공원은 평양시 대성구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공원은 총 부지면적이 200㏊에 달하며 근처에 고구려시대 유적인 안학궁터와 대성산성, 중앙동물원과 중앙식물원, 대성산유원지 등이 모여 있어 평양의 청춘남녀가 데이트할 때도 즐겨 찾는 곳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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