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모임 20여개 들여다보니

법원 모임 20여개 들여다보니

입력 2010-03-04 00:00
수정 2010-03-04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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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법·젠더법 등 세분화해 공부 판례연구 ‘민판련’ 요직 두루 진출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등록된 학회 등의 단체가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이들 단체의 회원과 운영 실태 등은 여태 아무도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잘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체 가운데 일부는 판사와 함께 소송의 당사자인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어 법관 윤리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판사와 변호사가 함께 활동하는 것에 대해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학술모임 회원으로 재야와 재조간의 시각차를 좁히는 통로”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공식 인정,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단체는 20여개에 이른다. 이들 단체는 대법관과 고등부장 판사가 회장으로 있다. 대법관이 회장으로 있는 단체는 6개. 대표적으로 민사·형사·비교법·노동법·특별소송 실무연구회와 함께 사법제도비교연구회 등을 들 수 있다. 대법관들이 돌아가면서 회장을 하며, 임기는 들쭉날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등부장 판사가 회장인 단체는 국제거래법, 도산법분야, 민사집형법, 언론법분야연구회 등 13~15개가 있다. 이들은 공식 모임이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단체로는 도산법분야연구회를 들 수 있다. 이 연구회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사태 이후 서울중앙지법에 파산부를 설치하면서 판사들이 파산법(현 통합도산법)을 연구하기 위해 2001년 만들어졌다. 통합도산법 개정 과정에서 회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젠더법연구회 역시 눈에 띈다. 젠더(性)에서 알 수 있듯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판사들의 모임이다. 2007년 신설된 커뮤니티로 그 출발은 여성 판사들의 친목모임으로 시작됐다. 2000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였던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의 주도로 만들어진 ‘여성법 커뮤니티’가 모태가 됐다. 남자 판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호주제 폐지·여성의 종중원 자격 여부·혼인생활 파탄 문제 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널리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와 대척점을 이루는 단체로 ‘민사판례연구회(민판련)’를 든다. 국내 민법학의 대가 서울대 곽윤직(85) 교수의 제자 10여명이 1977년 만들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애초 학계의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회원들이 사법고시를 통해 판사로 임용되면서 법원 안에서 만만치 않은 비중을 갖게 됐다는 후문이다. 현직 판사는 물론 전직 판사와 대학교수 등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민사판례를 연구하는 모임이지만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 다수가 이 모임 소속이거나 출신이어서 법원 안팎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판련은 초창기부터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판사 임용성적이 우수한 소수에게만 가입을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판사들은 “민판련이 법원 내의 ‘하나회’와 같다.”고 말한다.

민판련 회원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법원의 ‘이너서클’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창수 대법관도 임용 당시 민판련의 회장이었다. 역대 민판련 총무들의 별도 모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판련 회원은 “그런 비판도 있어 가입조건을 크게 완화해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게 했다.”며 “순수 학회모임을 그런 식으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2010-03-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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