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트라민 퇴출 의미와 파장

시부트라민 퇴출 의미와 파장

입력 2010-10-14 00:00
수정 2010-10-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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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당국이 14일 살빼는 약 시부트라민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판매중단 권고보다 한단계 높은 판매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비만치료제 시장 1위를 지켰던 시부트라민은 국내 허가 9년 만에 퇴출됐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시부트라민을 퇴출하는 과정에서 안전성 분석체계의 공백이 여과없이 드러나면서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안전성 감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시부트라민 퇴출이 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해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온 다른 비만치료제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전체 비만치료제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성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비만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지나치게 과열된 비만치료제 수요를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되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부작용 보고돼도 상관관계 분석 못해”

 식약청은 2001년 시부트라민에 대해 첫 국내 시판 허가를 내준 뒤 2007년까지 6년간 안전성 문제 등을 검토하는 재심사를 진행하면서도 심혈관계 질환 부작용에 따른 추가 조치를 취한 적이 없었다.

 또 2007년부터 지난달까지 시부트라민의 국내 부작용 사례 351건을 보고받았지만,이 중 두근거림,혈압상승 등 30건의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견됐으나 허가사항을 벗어난 특이사항을 추가로 발견하지는 못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시부트라민의 허가조건으로 시판 후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애보트로 하여금 6년간의 임상시험을 실시하도록 한 뒤 심혈관계 병력환자의 뇌졸중 발생 증가요인을 밝혀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식약청이 전국 15개 지역약물감시센터를 운영하면서 국내 의약품 부작용 보고건수가 2002년 148건에서 지난해 2만6천827건으로 크게 늘었으나 의약품과의 상관관계가 분석되지 않아 사실상 위해성 평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청도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부작용 감시와 분석을 주요 업무로 하는 산하 기구 ‘의약품안전정보관리원’의 설립을 추진했으나 현재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설립추진이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의약품의 위해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시판 후 임상시험과 관련 연구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의료진 등 전문인력 보강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의약품 안전성 조치에 핵심적인 판단요소인 유익성과 위해성을 판단할 때 임상적인 효능과 인체 유해성에 근거한 과학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식약청 장병원 의약품안전국장은 “우리나라는 제약업체의 자발적 부작용 평가에 근거해 2∼3년간 심사를 한 뒤 시판을 허가하지만 미국의 경우 시판 후 10년 이상 부작용 보고를 받고 충분히 의약품과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한다”며 “(식약청의) 독자적인 판단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정 비만치료제 풍선효과 ‘빨간불’

 보건당국은 시부트라민 퇴출이 혹시라도 향정신성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증가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비만치료제는 시부트라민을 제외하고 오르리스타트와 향정신성 비만치료제인 펜터민,펜디메트라진,디에칠프로피온,마진돌 등이 있다.

 식약청이 파악한 지난해 생산액 기준으로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는 430억원을 기록했는데 2005년 350억원에서 매년 증가하다 오남용 사례가 알려지면서 2008년 잠시 하락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UN마약통제국(INCB)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복용량은 브라질,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3위로 나타났고 관련원료 수입량이 급증하자 INCB가 사용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2008년에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허가사항인 4주를 넘겨 처방된 사례가 37%,3개월 이상 처방이 4.7%로 나타났다.

 2007년 한 여성의 경우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307일간 장기투여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영국,프랑스 등 대다수의 유럽국가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향정 비만치료제인 오르리스타트도 올해 초 미국에서 중증 간손상 부작용이 유발된 사례가 보고되면서 국내에서 오남용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관동의대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대한비만학회 회장)는 “앞으로 (비만치료 수요가) 지방흡수억제제와 향정 식욕억제제로 옮겨가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부트라민 뿐 아니라 국내 시판 중인 대다수 비만치료제가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민도 약물에 의존해 체중을 감량하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 상당수 비만치료제 환자들이 중증비만에 따른 합병증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보다 단순한 미용을 위해 처방받고 있어 매년 커지고 비만치료제 시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시부트라민이 애보트가 실시한 6년간의 안전성 시험에서도 약 1만명의 환자가 시험 전 대비 2.5% 체중감량 밖에 나타내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식이조절과 운동을 통한 체중조절이 중요하다는 원칙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오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비만에 인식의 현실이 미국,유럽 등과 다르다는 것”이라며 “미국 등은 비만여부를 평가하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데 한국은 25 이상으로 잡고 있어 비만도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비만지수를 조정해 치료기준을 개선하면서 비만치료의 수급을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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