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최소 지원에 혼자서 처리… 차량·사무실 임대도 자비 부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지난 19일 양 후보자는 한 지인에게 “후보자가 됐으니 타고 다닐 차와 사무실을 빌려야 하는데 큰일”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건넸다. 대법관 신분도 아닌 데다 변호사 사무실이나 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3부 요인인 대법원장으로 지명됐지만 달라진 건 전혀 없다. 후보자가 된 뒤 이용훈 대법원장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일간 진행될 국회 인사청문회도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때 이미 두 차례 경험했지만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혼자 처리해야 하는 까닭이다.
대법원은 양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양 후보자를 돕고 싶지만 현행법상 지원을 자제토록 규정하고 있는 탓이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15조의2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가기관의 행정지원을 ‘최소’로 못 박고 있다. 지난해 5월 신설된 이 조항은 그동안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가기관의 과도한 행정지원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취지에서 추가됐다.
대법원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양 후보자의 사무업무를 도울 직원만 상주시키는 선에서 행정지원을 하기로 했다. 분야별로 청문회의 자료와 준비는 법원행정처 심의관(판사)들이 양 후보자의 사무실과 행정처를 오가며 보조할 방침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명됐을 때 당시 광주고법에 근무하던 이광범 부장판사가 휴가를 내고 서울로 올라와 인사청문회를 직접 도왔던 것에 비하면 말 그대로 ‘최소화’된 지원인 셈이다.
이에 따라 취임 전까지 타고 다닐 차량과 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의 임대도 양 후보자가 부담하기로 했다. 퇴직한 뒤 산행을 하다 지명된 양 후보자가 40년 법관 생활에 따른 퇴직금을 청문회 준비에 써야 할 판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행정지원 범위가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소극적인 해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1-08-22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