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차 승객도 나가시오”

“새벽 첫차 승객도 나가시오”

입력 2011-08-31 00:00
수정 2011-08-3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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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서울역 대합실 노숙인 몰아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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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의 열차 운행시간이 끝났습니다. 대합실 안에 있는 이용자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9일 오전 1시 30분, 서울역 대합실에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단잠에서 깬 노숙인들은 말없이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경찰들은 대합실 벤치에 앉아있던 대여섯명의 승객들에게도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승객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대합실을 나섰다.

●오전 1시 30분부터 3시간 폐쇄

승객들 중 일부는 역 앞 계단에, 일부는 역 광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방으로 가는 막차를 놓쳐 아침 첫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승객들이었다. KTX는 5시 30분이 첫차이며 일반 열차는 새벽 2시부터 운행이 시작된다. 대학생 김모(21·여)씨는 “분실물을 찾느라 고향으로 가는 막차를 놓쳤다.”면서 “밖에 있으려니 무섭고 불편하지만 근처에 24시간 커피숍 같은 곳도 없으니 도리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코레일은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노숙인들로부터 보호하겠다며 지난 22일부터 노숙인의 역사 내 야간 취식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전에 오전 1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청소를 위해 대합실을 폐쇄하던 것을 4시 30분까지 연장했다. 일반 승객들이 밖에서 머물러야 하는 시간은 물경 3시간여.

●“승객 내몰아” vs “업무 준비”

승객들은 불합리한 조치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은 서울역 대합실에 머물 권리가 있는데도, 승객들까지 밖으로 내보내 불편하게 하는 것은 물론 범죄에 노출될 위험까지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서울역이 공공 역할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 조치 이전에도 1시간동안 청소를 하기 위해 승객들을 밖으로 내보냈고, 업무준비를 위해서도 새벽에 역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면서 “개선이 필요할 경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1-08-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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