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한국인노조 첫 파업 강행

미군기지 한국인노조 첫 파업 강행

입력 2012-09-10 00:00
수정 2012-09-10 00: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새달 8일… “일방적 임금동결·감원”

“이제 대학에 들어가는 딸이 있는데 파트타임으로 바뀌면서 학자금 지원 같은 혜택은 꿈도 못 꾸게 됐습니다.”

1993년부터 20년 가까이 주한 미군 기지 내 골프장에서 구매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송모(50)씨. 송씨는 지난 5월 주한 미군 측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골프장이 계속 적자가 나기 때문에 송씨를 비롯한 11명은 12월부터 주당 20시간 일하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라는 통보였다. 송씨는 “일방적 지시에 항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면서 “평소 받던 월급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9일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미군노조)에 따르면 전국 미군기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노동자 약 1만여명은 당초 예고한 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기간(45일)이 끝나는 다음 달 8일 이후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금 동결과 감원에 반발해서다.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한 이래 이들은 단 한 번도 파업한 적이 없었다. 이들이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주한 미군 측 업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군노조에 따르면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를 포함한 방위비 분담금이 해마다 늘어났지만 임금은 2년째 동결됐다.

방위비 분담금은 2010년 7904억원, 2011년 8125억원, 2012년 8361억원으로 늘어났다. 임금의 70%는 이 분담금에서 지원되지만 30%는 미국 측으로부터 받는다.

강태욱 노조 총무부장은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은 당해 연도 미 연방정부 공무원 임금인상률과 한국 공무원 임금 인상률 중 높은 쪽을 넘지 못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감원도 큰 문제다. 주한 미군 측은 지난해 491명을 해고했고 직원들의 근무 시간도 줄이고 있다. 강 총무부장은 “일주일에 8시간 일해서 어떻게 생활을 하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주도가 되고 외교통상부와 국방부가 협조해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한 미군 소속 노동자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한 상태이며 오는 12일 주한 미군 측과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인 노동자라고 해도 미 국방부 소속이기 때문에 노동권 보장 등의 어려움이 많다.”면서 “하지만 노동법에 배치되지 않도록 일반 노사관계와 마찬가지로 조정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2-09-10 8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31년 만에 만난 ‘KIA vs 삼성’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이자 라이벌인 KIA와 삼성이 무려 31년 만에 한국시리즈 맞대결을 펼칩니다. 호랑이와 사자 군단의 격돌, 당신이 예상하는 우승팀은?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