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같은 민방위훈련…안전불감증 ‘민낯’ 드러냈다

실전 같은 민방위훈련…안전불감증 ‘민낯’ 드러냈다

입력 2014-06-20 00:00
수정 2014-06-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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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코엑스몰 전원대피훈련…시민들, 소 닭 보듯

20일 민방위 창설 이래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규모 화재대피 훈련에서 우리 국민은 안전불감증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2시 정각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전역에는 화재경보가 울렸다.

지난달 13일 트레이드타워와 아셈타워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사상 첫 전원대피훈련을 실시한 지 한 달 만에 재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코엑스와 강남구청, 강남경찰서, 강남소방서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치러진 이번 훈련은 규모를 더욱 키워 메가박스와 아쿠아리움, 각종 전시관 등 코엑스몰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메가박스의 경우 상영 중이던 영화를 중단하고 관객들을 모두 건물 외부로 내보냈으며, 여타 주요 시설에서도 시민을 바깥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정작 시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불이 꺼진 코엑스몰 지하 곳곳에는 휴대전화를 만지며 훈련종료를 기다리는 시민이 서 있었다. 카페와 찻집은 안내요원을 피해 들어온 시민으로 오히려 평소보다 손님이 늘어 성업 중이었다.

전시장 1층 남문에서는 대피안내요원들이 “화재 상황이니 모두 바깥으로 나가 달라”고 외쳤지만, 시민 수백 여명이 요원들을 지나쳐 오히려 건물 내로 들어서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한 10대 여성은 전시장 실내에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데도 “대피라니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였고, 건물 바깥으로 대피해야 할 시민은 오히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기 바빴다.

업무상 방문했다며 길을 막는 안내요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40대 남성도 있었다.

코엑스몰 지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28·여)씨는 “갑자기 불이 꺼져 어리둥절하긴 한데 다들 별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A(38)씨는 “가게 간판을 끄고 손님들에게 대피를 유도했지만 훈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시민이 다수”라고 전했다.

반면 한 달 전 훈련에서 대피율이 25%에 그쳐 문제점을 드러냈던 트레이드타워와 아셈타워에선 입주자 5천887명 중 5천427명(92.2%)이 대피했다.

입주자 10명 중 9명이 훈련에 참여한 셈이다. 한 달 만에 훈련 참여율이 4배 가까이 뛴 배경에는 코엑스의 절치부심이 있었다.

코엑스는 비상계단 바닥이 미끄러워 병목현상이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미끄럼 방지 공사를 했고, 전원공급이 끊기더라도 비상등이 꺼지지 않도록 무정전전원장치(UPS)를 설치했다.

입주사별로 지정된 피난유도원에 대해서도 두 차례에 걸쳐 교육을 실시했고, 훈련을 피해 일찌감치 건물을 빠져나가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정확한 훈련 시각도 공지하지 않았다.

코엑스는 무선인식(RFID) 출입증을 도입,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입주자들의 위치를 중앙관제실에서 일괄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코엑스 관계자는 “지난 훈련을 통해 밝혀진 문제점 다수를 보완했지만 일부 시민이 안전의식에 문제를 보인 것 같다”면서 “시민도 경각심을 갖고 훈련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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