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해무에도 헬기 착륙 의지할 건 손전등 불빛뿐”

“짙은 해무에도 헬기 착륙 의지할 건 손전등 불빛뿐”

입력 2015-03-14 02:43
수정 2015-03-1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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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태풍 피해로 안전시설 마련 못해

“짙은 바다안개가 끼어 있는데도 헬기는 주민들이 비추는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아슬아슬한 착륙을 해야만 했습니다.”

13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소속 헬기 추락 사고 비보를 접한 주민들은 헬기장의 안전시설이 미비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사고 당시 주민들과 공무원들은 방파제로 나가 손전등을 비추며 헬기 착륙을 유도했다.

그러나 짙은 해무에 희미한 손전등 불빛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지 헬기가 회항하더니 곧바로 방파제 앞 해상으로 추락했다.

당시 헬기장이 위치한 가거도항 방파제는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한반도 최서남단인 가거도항 방파제에는 지난 2008년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전용 헬기장이 마련됐다.

그러나 헬기장임을 알리는 영문 ‘H자’ 외에는 헬기 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시설은 전무하다.

헬기 착륙을 안내할 수 있는 유도등과 같은 안전시설이 없어 주민들과 공무원이 매번 손전등을 이리저리 내젓는 등 ‘수작업’을 해야만 했다.

’태풍 길목’에 위치한 가거도는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방파제 유실 등의 피해가 반복됐다.

방파제 유실과 함께 헬기장 주변에 설치한 안전펜스와 난간도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럴 때마다 보강 공사를 했지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무용지물이 됐다.

주민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방파제 유실 피해를 막고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슈퍼 방파제’ 건립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왔다.

방파제가 건립되면 안전시설도 완비돼 헬기 착륙도 훨씬 안전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슈퍼 방파제는 10층짜리 아파트 2개동 규모의 1만t급 케이슨을 방파제 앞 100m 해상에 설치하는 공사다.

오는 2018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설계 부실, 공사비 증액 등의 논란으로 공기를 지킬지는 미지수다.

가거도 출장소의 한 공무원은 “안전시설을 마련하더라도 태풍으로 방파제가 유실되면 모두 소용없게 된다. 방파제 유실을 막을 수 있는 항구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위태로운 헬기 착륙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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