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 과제 받은 학생들 작은 선물과 손편지 놓고 가
“작은 행복이라도 안겨 드리고 싶어서 선물했는데 저희가 오히려 행복을 선물받았어요.”서울 휘경파출소 휘경2치안센터에 선물과 편지를 몰래 두고 간 대학생들은 “행복하게 해 드리고 싶어서 선물했는데 우리가 오히려 행복을 선물받았다”며 웃었다. 왼쪽부터 신진영·문지효·안정현씨.
이들의 ‘선물 전하기’는 교양과목인 ‘행복학’ 수업이 계기가 됐다. 수업에서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주기’라는 과제가 제시됐고 학생들은 행복을 나눠 가질 대상으로 경찰관을 떠올렸다고 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늦은 밤 귀갓길이 두려웠는데 동네 주변을 수시로 순찰하는 경찰관들의 노고 덕분에 그나마 안심하고 다닐 수 있었다는 공감대를 이뤘던 것이다.
신씨는 “수업이 늦게 끝나 집에 들어갈 때 동네 주변에 순찰하는 경찰관 덕분에 안심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문씨도 “우리 대학 주변을 아침저녁으로 순찰하는 모습을 항상 지켜봤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이 많은데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고마운 마음에 폐쇄회로(CC)TV를 찾아봤고, 대학생들이 ‘몰래 선물’의 주인공인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천사같이 마음씨 고운 학생, 고된 경찰 업무에 핫팩과 음료수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따뜻한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문구를 치안센터 벽에 붙였다.
대학생들과 경찰관들의 이 훈훈한 미담은 그러나 작지만 치명적인 난관(?)과 맞닥뜨려야 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때문에 정작 선물을 받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경찰들은 치안센터 한쪽에 선물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가 7일에도 몰래 선물을 두고 가려던 대학생들과 마주치게 됐다. ‘이름 없는 천사’들을 적발(?)한 이 경위는 환한 얼굴로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고는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의 뜻을 받겠다고 전하고, 선물은 학생들에게 돌려줬다.
안씨는 “묵묵하게 근무하시는 경찰관 덕분에 우리가 안전하게 생활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글 사진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12-08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