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폐 사진 보여줘도… ‘응급 골절’ 中교민 내친 대학병원

멀쩡한 폐 사진 보여줘도… ‘응급 골절’ 中교민 내친 대학병원

입력 2020-02-10 00:04
수정 2020-02-10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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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부러진 교민 “대학병원서 문전박대…후베이서 온 것도 아닌데 죽으란 것이냐”

대학가 “中 체류 학생 기숙사 이용 금지”
학생들 “임시 숙소도 없이 어디로 가나”
도 넘은 중국 공포에 교민·유학생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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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사는 A씨는 지난 6일 오전 산책을 하다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한국에서 수술을 받으려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입국해 경기 지역 대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정형외과 의사를 만나기는커녕 병원 본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병원 측은 응급 골절환자인 A씨에게 한 달 후 다시 오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한 중국에서 왔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베이징 교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후베이성에서 온 것도 아니고, 열도 없고 음압실에서 찍은 폐 사진에 이상이 없는데도 병원이 진료를 거부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인데 수술도 못 받고 그냥 죽으라는 것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로 중국에서 온 교민들의 진료를 아예 거부하는 병원들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개강을 미룬 일부 대학은 중국에서 돌아온 학생의 기숙사 입실을 당분간 금지하기로 하면서 혼란을 빚고 있다. 과도한 ‘중국 공포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중국 교민 사회에 따르면 국내에 돌아온 지 14일이 지나 사실상 잠복기를 벗어난 중국 교민과 중국인, 배우자가 중국인인 내국인이 진료를 못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치과는 진료 과정에서 감염 원인인 침방울(비말)이 많이 튀어 해외를 방문했던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 민원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치료 필요성 등을 고려해 중국 방문 뒤 14일이 지난 후 진료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안내할 수 있지만 진료를 전면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의료기관에 경고했다. 진료거부 금지 의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중국 등 해외 방문자가 신종 코로나와 관련 없는 증상이나 질환으로 내원할 경우 일상적인 진료를 당부했다.

개강을 한 달여 앞둔 대학가도 중국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중국 체류 이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자가격리 및 기숙사 이용 금지 지침을 내렸다. 기숙사 외에 달리 생활할 곳이 없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임시 숙소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6일 학생들에게 “중국 체류 후 최소 14일이 지나지 않은 학생들은 기숙사 이용을 금지한다. 부득이한 경우 학교의 안내에 따라 지정장소에서 해당 기간 기거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지정장소’가 어디인지 등 학교의 구체적인 방침은 아직 안내되지 않았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B(22)씨는 “나는 자취 중이지만 이번에 처음 한국으로 유학을 와 자기 방이 없는 친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격리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지정장소를 이미 확보했다”면서 “17일로 예정된 기숙사 입사 전까지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공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는 중국·동남아 여행 이력이 있는 기숙사 입사 예정 학생을 2주간 기숙사에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학생 단체인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자의적 기준으로 학생을 분류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폭력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다른 대학들도 방안을 고심 중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2주간 중국 체류 학생을 격리해야 하는데 학교 시설을 갑자기 늘릴 수도 없고 호텔 등을 빌려 중국 유학생들을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난처해했다. 중국인 학생이 많은 경희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도 자가격리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0-02-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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