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준다길래 성희롱도 참았는데… 내일채움공제, 직장갑질 족쇄 전락

목돈 준다길래 성희롱도 참았는데… 내일채움공제, 직장갑질 족쇄 전락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9-26 22:26
수정 2021-09-2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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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근속 땐 적립금 3~4배 지급’ 청년공제
사역 동원·가짜 정규직 채용 등 악용 눈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일부 현장에서 갑질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이 매달 일정 금액을 2년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돈을 적립해 3~4배 이상의 목돈을 만들어 주는 제도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6일 발표한 ‘내일채움공제 갑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47만 9336명 중 11만 2090명(23.4%)이 중도해지했다. 4명 중 1명이 목돈 받을 기회를 포기하고 퇴사한 것이다.

회사가 정부에 신고한 중도해지 사유에는 ‘자발적 이직’이 8만 770명(72.1%)이었고, ‘괴롭힘·성희롱’은 65건(0.1%)에 불과했다. 하지만 단체는 이들 대부분이 목돈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힘든 노동을 해야 했거나, 직장갑질 때문에 직장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퇴직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직할 경우 일자리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지원금이 중단되는 등 회사가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단체에 제보된 내일채움공제 관련 신고는 34건으로 정부 통계의 3배에 달했다.

실제 청년공제에 가입한 한 20대 여성 노동자 A씨는 회사 대표의 사역을 대신 처리하고 무수한 성희롱 발언을 참다가 결국 신고하지 못하고 퇴사했다. 정부에 제출하는 서류는 허위로 꾸민 뒤 실제로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해 최저임금 이하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정규직 채용공고를 보고 취업한 B씨는 입사 후 근로계약서를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작성했다.

직장갑질119 임혜인 노무사는 “익명신고센터를 만들고 근로감독을 통해 악용사례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21-09-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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