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임경재의 4·3 기억그림일기, 유네스코를 울리다

소년 임경재의 4·3 기억그림일기, 유네스코를 울리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4-10-02 13:31
수정 2024-10-0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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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프랑스 유네스코본부 컨퍼런스홀 6번룸 전시
평화섬네트워크포럼서 제주학생들 감상글 소개
학생들이 엽서로 만든 그림일기 “인상적” 호평
고창훈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도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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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컨퍼런스홀인 6번룸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섬 제주, 소년 임경재의 기억 그림일기’ 전시 및 포럼 발표에 참여하는 제주도 학생과 교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환경사회거버넌스학회 제공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컨퍼런스홀인 6번룸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섬 제주, 소년 임경재의 기억 그림일기’ 전시 및 포럼 발표에 참여하는 제주도 학생과 교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환경사회거버넌스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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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컨퍼런스홀인 6번룸에서 이은서(가운데) 브랭섬홀아시아제주국제학교 학생이 고창훈(오른쪽) 평화섬네트워크연대 공동대표와 함께 ‘임경재의 기억그림일기’를 가상갤러리로 선보인 뒤 느낀 점을 발표하고 있다. 평화섬네트워크연대 제공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컨퍼런스홀인 6번룸에서 이은서(가운데) 브랭섬홀아시아제주국제학교 학생이 고창훈(오른쪽) 평화섬네트워크연대 공동대표와 함께 ‘임경재의 기억그림일기’를 가상갤러리로 선보인 뒤 느낀 점을 발표하고 있다. 평화섬네트워크연대 제공


“OO의 아들아!” “예” “제게 집에 다려강 아방안티강 OOO네 성제 헌병들이 심어가부럿젱 고르라(얼른 집에 달려가 아버지한테 OOO네 형제를 헌병들이 잡아간다고 말해라)” “아바지, 아바지” “뭉게국 삼촌 시머가버련(잡아갔어요)” “무사, 누게가(왜, 누가)?” “헌병이…”(소년 임경재의 기억 그림일기 중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 4·3’이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기억’으로 새겨지고 있다.

2일 제주도교육청과 평화섬네트워크연대 등에 따르면 ‘아름다운 섬 제주, 소년 임경재의 기억 그림일기(농사꾼 故 임경재의 4·3이야기를 담은 그림일기)’가 1일(현지시간)프랑스 유네스코본부 컨퍼런스홀인 6번룸에서 오후 2시부터 3시간 30분동안 전시되고 2024 평화섬네트워크포럼에서 소개돼 주목받았다.

중학생 시절 임경재가 제주 4·3을 경험한 후의 공포와 트라우마를 그림으로 극복한 개인의 삶이 담긴 그림일기로, 수십점이 담긴 도록과 함께 브랭섬홀아시아 제주국제학교 11학년 이은서 학생이 직접 만든 가상갤러리(버추얼 갤러리)에서 작품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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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제주도 학생들이 임경재의 기억그림일기를 엽서로 직접 만들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전시와 포럼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고창훈 평화섬네트워크연대 공동대표 제공
1일(현지시간)제주도 학생들이 임경재의 기억그림일기를 엽서로 직접 만들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전시와 포럼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고창훈 평화섬네트워크연대 공동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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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건물 앞에서 임경재 기억그림일기 전시 관련 학회, 발표에 나서는 제주도 학생,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제주4·3의 아픔을 넘어 화해와 상생으로’라는 플래카드를 찍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건물 앞에서 임경재 기억그림일기 전시 관련 학회, 발표에 나서는 제주도 학생,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제주4·3의 아픔을 넘어 화해와 상생으로’라는 플래카드를 찍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앞서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말 제주4·3기록물인 ‘진실을 밝히다:제주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Jeju 4·3 Archives)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제출했다. 기록물은 4·3 당시부터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된 2003년까지 생산된 기록물로 모두 1만 4673건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임경재의 그림일기는 2008년부터 나온 기록이어서 포함이 안됐지만 제주4·3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데 힘을 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를 방문한 故 임경재의 딸 임애덕 사회복지법인 청수이사장(제주대 겸임교수)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소년의 기억일기는 농부였던 아버지의 이야기”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당시 75세의 아버지가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릴 줄 몰랐다. 가장 슬픈 기억이 뭐냐고 물었더니 일제강점기에 일본 순사에게 매를 맞는 동네노인들이었다고 고백하며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을 맞이할 때, 제주4·3때의 기억들을 모두 기억하며 그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아버지에게 그런 아픔과 슬픔이 있는 줄 몰랐다. 아버지는 6년간 매일 울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털어놨다.

이날 유네스코 전시 및 포럼에는 지난 7월 제주도교육청이 마련한 임경재의 그림일기 전시 및 소감문 발표대회에 나섰던 학생 13명과 교사, 학회 관계자 26명이 참여했다. 특히 참가한 학생들이 ‘임경재의 그림일기’를 엽서로 만들어 와 “매우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고창훈 평화섬네트워크연대 공동대표는 “제주 한경면 청수리 마을 중학생이 4·3을 있는 그대로 그린 일기”라며 “안네의 일기처럼, 팔레스타인들의 견딜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기록처럼, 미래세대에게 평화섬의 사회치유 국제평화교육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고 대표는 “특히 이번 전시와 발표가 내년 상반기 제주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세계의 기억)에 등재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2일(현지시간)에는 세계환경사회거버넌스학회, 파리 아메리칸대학교, 벨기에 유로국립공원연맹 등 3개 기관에서 이날 발표한 학생 13명과 교사 2명에게 ‘지구네트워크청년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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