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기금으로 2000만원 기탁 “외롭고 우울증 견디기 힘들어”
홀로 살던 60대 할아버지가 전 재산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주민들에게 써 달라고 기탁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23일 충북 영동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0분쯤 영동군 영동읍의 한 원두막에서 이 마을에 사는 A(68)씨가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현금 1000만원과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외로움과 우울증이 견디기 힘들었다. 장례를 치를 때 1000만원을 써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16일 읍사무소를 찾아가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2000만원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기탁 사실을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틀 뒤에는 그동안 마을 일에 협조도 못하고 미안했다면서 마을 발전기금으로 2000만원을 내놓았다.
주민들은 A씨가 오래전 부인과 이혼했으며 5년 전 경비일을 해 왔다고 전했다. 자식들과의 왕래는 몇 달 전 끊긴 것 같다고 했다.
영동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4-09-24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