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나도 고통 여전… ‘안전불감증’ 사회 벗어나야” 성수대교 참사 30주기 합동위령제

“30년 지나도 고통 여전… ‘안전불감증’ 사회 벗어나야” 성수대교 참사 30주기 합동위령제

김예슬 기자
김예슬 기자
입력 2024-10-21 15:38
수정 2024-10-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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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등 40여명 합동위령제 진행
“책임자 없는 세상 여전”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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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위령탑 앞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0.21. 도준석 전문기자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위령탑 앞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0.21. 도준석 전문기자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막냇동생을 떠나보낸 김양수(64)씨는 “지금도 10월만 되면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했다. 동생을 잃은 뒤 성수대교 희생자 유가족회장을 맡게 된 김씨는 “먼 훗날 동생을 만나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한참 동안 위령탑을 바라봤다. 김씨의 뒤편으로는 ‘엄마 아빠는 여전히 기억하고 아직도 사랑해’라고 적힌 유가족회의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30주기인 21일 유가족회의, 성동구청, 무학여고 학생 대표 등 40여 명은 성수대교 북단 나들목 주변 위령탑 앞에서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사고는 30년 전 이날 오전 7시 40분, 당시 기준으로 준공된 지 15년 된 성수대교 상판의 48m 구간이 그대로 내려앉으며 발생했다. 이 참사로 시민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안전불감증이 드러난 사건으로, ‘사고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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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성수대교 북단 위령탑 앞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성수대교 희생자 유가족회장 김양수씨가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2024.10.21. 도준석 전문기자
21일 오전 서울 성수대교 북단 위령탑 앞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성수대교 희생자 유가족회장 김양수씨가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2024.10.21. 도준석 전문기자


위령제가 시작되자 유족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위령탑 앞에 차례로 나와 묵념한 뒤 하얀 국화를 내려놨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영정과 함께 사과, 배, 떡 등이 놓였고, 희생된 교사의 영정 앞에는 제자들이 보낸 국화가 자리했다. 무학여고 학생회장 김민윤양이 추모 시로 이해인 수녀의 시 ‘위령성월-가신 이에게’를 낭독하며 희생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참사로 형을 떠나보낸 김학윤(58)씨는 “성수대교는 교량 설치 이후 유지보수를 한 번도 안 한 상태였고, 당일 사전 신고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유가족들이 떠난 가족을 가슴에 묻은 30년 동안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등 수많은 참사가 반복됐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내가 살아있는 한 가족을 잃은 상처는 영원할 것”이라며 “희생자만 있고 책임자는 없는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령제에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유일한 길은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사고 없는 안전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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