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연 박사·권용태 교수 공동연구팀
국내 연구진이 퇴행성 뇌 질환과 암 등을 유발하는 ‘쓰레기 단백질’(단백질 응고체)의 생성 원리와 변이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에 따라 관련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세포 내 단백질이 수명을 다하거나 손상되면 인체는 이를 분해해 폐기하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과 불필요한 부분만 제거해 재활용하는 ‘자가 포식 시스템’을 자동으로 작동시킨다. 이런 세포 처리 시스템은 면역계를 활성화하고 체내에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이물질을 막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노화나 유전적 변이, 바이러스 침입 같은 세포 스트레스로 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폐기 처리돼 밖으로 배출돼야 할 단백질이 체내에 쓰레기처럼 쌓이게 된다. 이렇게 누적된 쓰레기 단백질은 세포 손상을 일으켜 광우병, 헌팅턴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의 신경계 질환은 물론 알코올성 간염 및 간암, 심근경색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청소차가 고장 나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 박사 등 연구팀은 단백질이 ‘p62’라는 물질과 결합하면 리소좀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리소좀은 단백질 분해 효소를 갖고 있는 세포 내 작은 주머니로, 못 쓰게 된 세포 소기관을 파괴하거나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을 파괴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세포에 스트레스를 줘 단백질을 응고시킨 뒤 p62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킨 결과 단백질 응고체가 제거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헌팅턴병의 원인 물질인 헌팅턴 단백질 응고체를 제거할 수 있는 p62 저분자 화합물을 최근 개발했으며 이를 이용해 쓰레기 단백질을 제거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추가로 이 물질이 다른 퇴행성 신경 질환, 암, 염증 질환,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 중이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퇴행성 신경 질환이나 암, 면역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쓰레기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변성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으로 인해 생기는 각종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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