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품질보증 위조 부품 10년간 사용
원자력발전소에 품질을 검증받지 않은 엉터리 부품들이 10년 동안 버젓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업체들이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한 납품업체 직원의 폭로로 확인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 부처의 원전 관리에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부품 납품업체들이 제출한 2003~2012년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보증서 60건이 위조된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보증서를 위조한 업체는 외국사 1곳 등 모두 8곳이다. 납품된 부품은 237개 품목에 7682개 제품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8억 2000만원어치에 달한다.
미검증 부품은 퓨즈, 스위치, 다이오드 등 ‘안전성품목’(Q등급) 대체품인 ‘일반 산업용’ 품목들이었다. 한수원은 2002년부터 원전 부품 중 Q등급 부품 확보가 어렵게 되자 일부 부품에 한해 일반 산업용 제품을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쳐 Q등급 제품으로 인정, 사용해 왔다. 납품업체들은 이런 허점을 노려 평가서를 조작한 것이다. 엉터리 부품은 영광 5호기(3547개)와 6호기(2590개)에 대부분(투입률 98.4%) 들어갔고, 3호기(31개)와 4호기(20개), 울진 3호기(45개)에도 일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경부는 올해 말까지 발전용량 100만㎾급인 영광 5·6호기의 부품 교체와 안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정지했다. 또 해당 업체 8곳에 대해 광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미검증 부품들이 원전의 핵심 부품은 아니지만 안전성 등을 고려, 문제의 부품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대형 원전 2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지난달 29일 전원 차단기 조작 과실로 가동이 중단된 월성1호기(70만㎾급)가 설계수명 만료일인 이달 20일까지 연장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예비전력이 200만㎾ 이하로 떨어지는 등 올겨울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체에 대해서는 강제 절전 목표를 설정하고, 공공기관은 비상발전기를 총동원하는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력 당국은 원전에 쓰이는 사소한 부품 하나도 정확히 점검할 수 있는 전수조사 시스템 도입과 책임자, 관련자에 대한 문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2-11-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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