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저소득층 발길 늘어”
김소연(32)씨는 지난해 남편과 이혼하고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2000만원과 월셋방 보증금 3000만원을 모아 작은 세탁소를 차렸다. 난방이 잘 되지 않는 세탁소 바닥에 이불을 깔고 어린 딸과 주거와 끼니를 해결하는 고된 삶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미소금융을 알게 됐다. 연 27% 고금리로 빌려 쓰던 대출금을 4.5%의 미소금융 창업대출로 전환했다. 미소금융 직원들이 김씨를 위해 세탁소 한쪽에 스티로폼을 깔아 주고 침낭도 마련해 줬다. 인근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화와 수건, 운동복 세탁을 고정적으로 맡을 수 있게 연계도 해 줬다.
한국의 ‘그라민 은행’이라 불리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올해 말 누적대출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09년 9월 재단이 출범한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재단 측은 22일 “경기 침체로 미소금융을 찾는 저소득 계층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며 “지난달 말 현재 누적 대출금이 9821억원(8만 800건)이어서 (연말까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이나 햇살론과 달리 미소금융 대출은 저소득층 자립을 위한 창업자금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금융사의 휴면예금, 휴면보험금과 기부금으로 지난달 말까지 1조 953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이를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금 용도에 따라 창업자금(최대 7000만원), 운영자금(최대 2000만원), 시설개선자금(최대 2000만원)을 연 2~4.5% 금리로 최장 5년 동안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빌려준다. 저소득층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는 소액보험사업도 하고 있다.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단순히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창업교육, 컨설팅 등 저소득층 재기를 위한 맞춤형 지원으로 관계형 금융을 실천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4-12-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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