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통합관리’ 예상 밖 인기에 은행 ‘통장 뺏어오기’실적 경쟁
치킨·지갑 등 경품까지 내걸어
문제는 이런 예상 밖 인기 때문인지 과도한 실적 경쟁이 일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은행마다 ‘통장 뺏어 오기’ 경쟁이 점입가경입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한 시중은행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만약 다른 은행에서 잠자는 돈이 있으면 10원이라도 좋으니 우리 지점으로 옮겨 새로 계좌를 터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네요. A씨가 “보이스피싱 때문에 은행에서 새 계좌 만들기가 어렵지 않나”라고 되묻자 직원은 “지금은 어카운트인포 때문에 실적 경쟁이 치열해 요령껏 만들어 줄 수 있다”며 오기만 하라고 했답니다. 요즘 정부가 대포통장과의 전쟁에 나서면서 계좌 개설 요건이 강화돼 ‘통장고시’ ‘통장난민’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는데도 말입니다.
은행 간 실적 경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자동이체 내역을 한꺼번에 옮기는 계좌이동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행 때도 은행원 1인당 100계좌씩 할당이 내려왔다는 얘기가 파다했으니까요. 실적이 지점 평가(KPI)에도 반영되니 전쟁터가 따로 없었죠. NH농협은행은 골드바와 여행권을 걸기도 했습니다. 결국 과도한 경쟁으로 깡통계좌가 속출하자 금융 당국이 제재에 나섰습니다.
요즘도 그때처럼 선물 경쟁도 뜨겁습니다. 신한은행은 내년 1월까지 계좌 잔고를 이전한 고객을 대상으로 치킨을 줍니다. KEB하나은행은 휴면계좌 잔액을 이전하는 고객에게 명품지갑 등을 내걸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기프티콘을 쏜다네요.
영업에 적극 뛰어드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금융개혁’이라는 큰 그림도 미완으로 그친 상태에서 또 시작된 과당경쟁의 그림자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6-12-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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