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세계평화공원 그리고 태봉국 철원성’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세계평화공원 그리고 태봉국 철원성’

입력 2013-05-23 00:00
수정 2013-05-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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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전 문화관광부 장관
김종민 강원발전연구원장·전 문화관광부 장관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은 미 상하원합동회의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제시했다. “60년 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된 비무장지대(DMZ)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이 되었다. … DMZ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평화의 공간에서 함께 만나게 되길 희망한다.” 파괴와 살육 그리고 분단과 대치의 상징인 DMZ를 평화적 소통과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이 제안에 대해 국내외로부터의 반응은 뜨겁다.

평화공원은 국가 간 보호구역 또는 접경지대 보전구역의 형태를 띤다. 복수의 국가나 체제로부터 보호를 받고, 자유로운 이동은 허용되나 외부로 나올 때 승인을 필요로 한다. 정치적 경계나 인공적 장벽과 철책 같은 구조물이 없어야 한다. 공원은 평화와 친선을 촉진하고 생태계의 보전, 관광과 지역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다. 최초의 평화공원은 1914년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만든 모로쿠리엔 보호구역이다. 철의 장막에 조성된 유럽그린벨트, 이스라엘-요르단의 홍해보호구역, 인도-파키스탄의 시아첸 빙하구역, 미국-러시아의 베링해협공원, 키프로스의 터키-그리스 접경공원 등 많은 평화공원이 있다.

세계평화공원을 어디에 조성할 것인가 논의가 무성하다. 전쟁의 상흔에 찌든 휴전선 어느 곳이나 가능하겠으나 중부전선의 중심 철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6·25의 대표적 상징인 철원-평강-김화 ‘철의 삼각지’와 1만 7000명의 사상자를 내며 주인이 수없이 바뀐 백마고지 전투가 압권이기 때문이리라. 서울을 한눈에 감제하기에 김일성 주석이 “육사 군번 세 트럭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는 전략요충 오성산도 철원 북단에 자리하고 있다. 원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인 철원평야(650㎢)는 서울(605㎢)보다 넓어 누구나 탐내는 한반도 중앙평원이며, 자칫하면 격전지로 바뀔 수 있는 숙명의 땅이다. 중원의 평화가 반도의 안녕이자 세계의 안식이 된다는 잠재의식들이 철원을 세계평화공원의 적지로 여기게 된 까닭으로 보인다.

비무장지대에서 평화생명지대로 가는 디딤돌이 될 평화공원을 전쟁과 분단의 현장에 세우려면 단순 평화논리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치성이나 이념성이 낮은 저긴장·저밀도의 문화관광적 접근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역사적 정통성을 고구려에 두는 북한이 지난 2월 원산을 세계적 휴양지로 만들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금강산-원산 광역관광개발계획을 세운 것에 주목할 필요가 크다. 서울-철원-금강산-원산 축선의 중심지인 철원읍 풍천원 들판에 고구려의 계승을 표방한 궁예대왕이 약 1100년 전 태봉국 수도 철원성을 세운 역사적 사실과 연계해 볼 일이다. 외성 12.7㎞, 내성 7.7㎞, 왕궁성 1.8㎞ 크기로 DMZ 내 남북 4㎞에 걸쳐 있는 삼중도성의 복원은 세계평화공원 조성의 필요충분 조건이자 훌륭한 출발이 될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궁하면 변하고, 바닥을 치면 솟게 마련이다.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일수록 태봉국 도성 복원을 위한 남북 공동학술조사와 같은 만남은 효과적이다. 빨리 만나서 문화로 소통하면 자연스럽게 얼음은 녹고 교착은 풀리게 될 것이다. 아울러 세계평화공원과 함께 거듭날 태봉국 철원성 터에 남북이 함께 시장을 열어 왁자지껄하고 땀내 밴 삶의 접촉이 이루어지도록 하면 더 좋겠다. 남의 장삼(張三)과 북의 이사(李四)가 특산품을 비롯한 온갖 물건을 사고팔거나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민족 성공의 신화를 만들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강력한 촉매가 될 것이다.

인류적 꿈과 민족적 의지가 담긴 명품 세계평화공원이 철원에 만들어지고, 다보스를 능가하는 평화경제와 미래창조로 가는 새 아고라의 탄생을 갈망한다. 구석기 문명의 발상지이자 중원의 옥토이지만 전쟁 참화의 한복판에서 신음해온 철원평야가 22세기 문화문명의 발신지로 거듭나기를 고대한다.

2013-05-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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