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때 숨진 여대생으로 오인돼 결국 독일 망명
33세의 대학 영어 강사인 이란의 자라 솔타니 씨가 직업도 없는 이국의 망명자 신세가 되는 데에는 채 한 달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거의 규제 없이 자유가 허용되는 인터넷,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은 언론 보도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뉴욕타임스(MYT)는 작년 이란 대선 시위사태 때 총격을 받고 숨진 여대생 ‘네다(Neda)’로 오인됐던 이란 여성 솔타니가 현재 독일에서 망명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운명의 날은 지난해 6월20일.이란에서 대선에 항의하던 거리시위가 절정에 달하던 시점이었다.
시위에 참여했던 여대생 네다 아가 솔탄(26)이 총탄에 맞아 숨져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한 네티즌이 오래지 않아 페이스북에서 ‘네다’라는 애칭을 쓰는 솔타니의 사진을 찾아내 동영상 속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곧 이란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수호신 이미지로 포장돼 전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숨진 솔탄의 가족이 사망자의 사진을 공개하고 솔타니와 지인들이 언론사에 직접 사실규명을 요청했지만 이미 만들어진 ‘솔탄=솔타니(네다)’라는 등식을 바꿀 수는 없었다.
이란 정보기관은 동영상의 주인공이 살해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종용하며 그녀를 위협했다.
겁먹은 솔타니는 국제기구와 접촉해 핸드백과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들고 출국했다.
터키와 그리스를 거쳐 독일에 도착한 시점이 지난해 7월 중순.사건 발생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현재 실업자다.이란에서 그의 생활과 가족이 그립다.
영어권 매체와 처음으로 인터뷰에 나선 그녀는 “서구의 언론과 이란 당국이 내 삶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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