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차단한 멍청한 정부 오히려 감사”

“SNS 차단한 멍청한 정부 오히려 감사”

입력 2011-02-15 00:00
수정 2011-02-15 00: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민주화 영웅 고님 美CBS 인터뷰

“감옥에서 풀려나던 날 안대를 풀고 저를 때린 군인 모두와 입을 맞췄어요.”

이집트 혁명의 도화선이 된 와엘 고님(30) 구글 중동·아프리카 마케팅 임원이 13일(현지시간) CBS ‘60분’과의 인터뷰에서 12일간의 수감 당시 자신을 구타한 군인들을 용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혁명의 두려움 스스로 인정”

고님은 지난해 6월 경찰의 부패를 밝힌 뒤 경찰의 구타로 숨진 26세 청년 칼리드 사이드의 죽음을 페이스북에 알리며 이집트 시민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때린 이들은 정부 관리가 아니라 군인들이었다면서 “구타는 체계적이지도 않았고 개개인의 성향에 따른 것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단순한 사람들이 내가 나라를 위험하게 만든 반역자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나를 때린 것”이라고 군인들의 입장을 이해했다. 그래서 지난달 28일 이후 12일간의 수감 생활에서 풀려나던 날 그는 군인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정식으로 인사를 건네며 그들에게 입을 맞췄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었다면 이번 혁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셜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이번 시위는 불꽃을 일으키지 못했을 겁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투브가 없었다면(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은) 불가능했을 일이죠.”

따라서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을 봉쇄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더 사람들을 페이스북 뉴스에 관심을 갖게 하고 거리로 뛰쳐나오게 했다면서 그는 “멍청한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장 큰 전략적 실수는 페이스북을 막은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400만명에게 혁명을 지옥처럼 두려워한다고 자인한 꼴이 된 거죠.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한다면 이 모든 일을 해준 멍청한 정부에 감사해야겠네요.”

그를 분노케 한 동력은 그에게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게 한 청년 ‘칼리드 사이드’였다. 고님은 칼리드 사이드가 이집트어로 ‘영원한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상기시키면서 그의 죽음은 경찰이 세상을 조종할 수 있다는 듯 행동하며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가 죽자 깊이 상처를 받았고 이 정부와 싸우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치 관심없어… 구글 복귀 원해”

하지만 영웅이 된 고님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구글이 나를 자르지 않으면 다시 구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무바라크가 재판대에 서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복수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무바라크 일가가 이집트에서 훔친 수백만 달러의 돈은 지금도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이집트인들의 돈이므로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님은 지금도 독재자로 신음하는 다른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거리로 처음 나갔을 때 ‘와, 일이 벌어지겠구나’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혁명을 막는 유일한 것은 두려움이라는 심리적 장벽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 심리적 장벽을 깰 수 있다면 당신들도 반드시 혁명을 이룰 것입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1-02-15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