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해외주재 대사들의 분노·눈물
“돌멩이 하나 던진 적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내 조국 리비아를 구해 주십시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리비아 제재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현지시간) 한 외교관이 15개국 대표 앞에 섰다.그는 다름 아닌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오랜 친구이자 최측근인 모하메드 샬람 유엔 주재 리비아 대사였다.
그는 “단호하고 대담한 결의안을 기대한다.”며 호소한 뒤 카다피를 향해 “나의 형제 카다피여, 이제 리비아 국민들을 내버려두라.”고 촉구했다.
샬람 대사는 그동안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를 전면에 내세운 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역시 ‘카다피 충성파’에 속하지만 유혈 진압 소식에 “카다피는 미친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다바시와는 달리,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해 온 친구에게 차마 직접 손가락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샬람 대사는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기라도 하듯 격정적인 목소리로 안보리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단상을 내려옴과 동시에 마음의 짐도 내려놓은 듯한 그는 자신이 연설하는 동안 눈물을 보였던 다바시 부대사와 말없이 포옹했다.
가장 먼저 카다피에게 등을 돌렸던 관료는 압델 에후니 아랍연맹 주재 리비아 대사다. 그는 “카다피 정권은 이제 역사 속 쓰레기”라고 거침없이 카다피를 비판했다. 이어 중국 주재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인 후세인 엘메스라티는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정부를 대표하는 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또 ‘피의 금요일’을 맞은 25일 사임 의사를 밝힌 압둘 라흐만 알 압바르 리비아 검찰총장은 “정의와 법의 원칙을 믿었지만 현 상황은 정반대로 폭력이 대화와 민주주의를 대신하고 있다.”며 카다피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또 26일 사임 발표를 한 이브라힘 엠도레드 포르투갈 주재 리비아 대사도 카다피 정권을 “불의한 파쇼 폭군 정권”이라 규정하며 물러난 뒤 ‘혁명’에 가담해 자신의 모든 경험과 능력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카다피 정권의 핵심 세력을 이뤘던 이들은 연일 ‘폭탄 발언’을 이어 나갔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카다피는 시위가 일어나기 전부터 용병들을 고용했다.”면서 “이들에게 리비아 시민권을 주기로 결정까지 된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특히 1988년 270명이 사망한 미국 팬암기 폭파 사건은 카다피가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유네스 알 아비디 전 내무장관은 최근 카다피 암살을 선동하기까지 했다.
나길회·유대근기자 kkirina@seoul.co.kr
2011-02-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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