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냉각에도 비공식 접촉 활발…일본의 쓰라린 경험 잘 활용”
중국은 경제가 일본식의 ‘잃어버린 20년’을 재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본 실패 교훈’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고 로이터가 8일 보도했다.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 등을 인용해 중국이 1985년 플라자 협정 이후의 자본 계정 자유화와 엔화 가치 상승과 관련한 일본의 정책 실수에 특히 관심을 보이면서 이를 교훈으로 삼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중국 금융 당국과 이 문제로 직접 접촉해온 일본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중국은 (당시의) 일본 정책 성공에는 추호의 관심도 없다”면서 “일본이 왜 실수했는지가 최대 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 경제에 유사성이 많다”면서 따라서 “중국이 우리 경험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및 과거사 마찰로 외교 관계가 경직됐음에도, 이 문제를 놓고 관민 차원에서 비공개로 긴밀하게 소통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이 나라 경제에도 디플레 우려가 불거지면서 일본의 과거 정책 실패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더욱 구체화했다고 이 소식통은 귀띔했다.
중국은 이와 관련, 플라자 협정 후 일본 자동차 업계가 환율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설비를 국외로 이전한 것과, 자본 계정 자유화 후유증인 ‘핫머니’ 충격에 대처하면서 드러낸 허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 통화정책이사인 기우치 다카히데는 지난 5일 회견에서 “중국이 일본의 (쓰라린) 경험을 잘 활용하고 있다”면서 “성장 둔화에도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쓰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우치는 “중국의 이런 대응은 매우 현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본은 거품이 터질 때도 미국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긴축으로 이행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중국이 이를 교훈 삼아 (국제적 고려보다는) 내수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중국이 부동산 과열과 은행 부실 대처에서도 일본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중국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주식이나 채권보다는 은행 차입에 크게 의존하는 공통점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정책 입안자는 “두 나라 간에 로키(low-key)의 민간 접촉이 매우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여전히 냉각된 외교 관계 등 때문에 “대규모의 공개 접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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