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학교 테러, 사전에 치밀히 준비”

“케냐 대학교 테러, 사전에 치밀히 준비”

입력 2015-04-04 22:55
수정 2015-04-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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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대학에서 대부분 학생인 148명의 인명을 앗아간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는 자신들의 테러 대상을 정확히 알고 행동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AFP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알샤바브 무장대원들이 관리들의 부패와 치안 실패로 위험에 노출된 ‘소프트 타깃’을 목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알샤바브는 대규모 인명 살상을 통해 케냐 사회와 경제의 심장부를 타격할 의도가 있었다고 소말리아 정책 연구소의 압디라시 하쉬 국장은 밝혔다.

하쉬 국장은 “알샤바브의 전략은 소프트 타깃을 강타해 관광업을 황폐화시키고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하여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샤바브는 최근 아프리카연합(AU)군에 의해 소말리아 내 주요 도시에서 쫓겨난 데다 미 무인기 공격에 의해 일부 지도자를 잃어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테러는 이들 무장단체가 자신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포 대학의 에르베 모퓨 교수는 “이번 공격은 관심을 이끌어냈다”며 “소말리아에서 궁지에 몰린 이들은 살아남고자 가장 공격하기 쉬운 케냐를 선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셰이크 알리 모하무드 라게 알샤바브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케냐군의 소말리아 남부지역 주둔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말리아 주둔 아프리카연합군(AMISOM)에 병력을 파견한 인근 나라 중 케냐가 알샤바브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케냐는 지난 2013년 9월에도 수도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난입한 알샤바브의 공격에 67명이 목숨을 잃었다.

AMISOM에 병력을 파견한 국가 중 에티오피아는 치안체계가 잘 잡혀 있고 우간다와 부룬디는 소말리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에서케냐는 손쉬운 대상이 됐다.

오랜 내전에 찌든 소말리아에서 길고 허술한 국경을 넘어오는 적과 마주한 케냐 군경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관리들의 부패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 지역 전문가인 롤런드 마르찰은 부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태의 국경은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부패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조언했다.

우후루 대통령은 이번 테러 직후 지난해 선발과정에서 비리가 불거진 1만 명의 경찰 예비인력을 ‘긴급히’ 훈련할 것을 당국에 주문했다.

그러나 알샤바브는 공격의 수위를 높여가며 지난 2007년 말 대선 직후 종족분쟁의 양상을 보인 케냐를 더 갈라 놓으려 한다.

이들 세력은 또 국민의 80%가 기독교인이며 무슬림 인구는 10%에 불과한 케냐를 종교적으로도 나눠놓으려 한다.

케냐 일간 더 스탠더드는 3일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처럼 알샤바브는 종파와 종족 간 갈등을 촉발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케냐는 지난 2011년 알샤바브 소탕을 위해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견한 이래 국내에서 이들 무장단체에 동조하는 ‘외로운 늑대’의 총격과 폭탄 테러에 시달렸다.

케냐 정부는 웨스트게이트 테러 이후 보안체계가 허술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를 입증하듯, 작년 6월과 7월에는 도서 휴양지 인근 마을에서 알샤바브의 공격에 100여 명이 사망했고, 이어 11월에는 북동부 만데라 지역에서 버스승객과 채석장 근로자를 겨냥한 2건의 테러로 64명이 목숨을 잃었다.

케냐의 다른 일간지 데일리 네이션은 “테러조직이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지지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 나라를 망가뜨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러나 케냐가 ‘우리를 보호할 적합한 방책’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테러 위협에 일부 서구 우방들이 내린 여행경보는 케냐 경제의 주 소득원인 관광산업을 초토화하기에 충분했다.

앞서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지난 1일 케냐가 ‘세계의 다른 나라들처럼 안전한 곳’이라며 치안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케냐타 대통령은 몇 시간 뒤인 이튿날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의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해당 지역에 치안병력이 증강됐다고 발표했다.

데일리 네이션은 그러나 “지난주 영국이 내린 가리사 등 케냐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케냐타가 즉시 비웃은 이후 테러가 발생했다”며 대통령이 거듭 모욕을 당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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