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순간, 영원히 날지 못한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금융완화 기조에 대한 회의감을 견제하기 위해 동화 ‘피터팬’까지 동원하고 나섰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구로다가 전날 도쿄에서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통화 정책 세미나 개막 연설에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은 자신감”이라면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구로다는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이 피터팬 동화를 잘 알 것”이라면서 “거기서 피터팬은 ‘하늘을 날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순간, 영원히 날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구로다는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통화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확신”이라면서 “중앙은행은 매번 많은 문제에 직면할 때에 새로운 해결책으로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구로다가 일본은행의 초 완화 기조에 대한 의구심을 견제할 때마다 유사한 비유를 써왔다면서, 앞서도 지구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로켓과 1980년대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인플레 타개 노력을 들먹였음을 상기시켰다.
FT는 구로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면서, ‘디플레 타개를 위해 인플레 기대감을 부추겨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기 충족 예언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실질 금리가 내려가며, 이것이 경기를 자극해 결국 진짜 물가가 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FT는 일본은행이 그간 디플레 타개를 위해 여러 노력을 보여온 것이 요정의 가루를 받아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피터팬보다는 그의 여자친구인 평범한 소녀 웬디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표현했다.
FT는 이와 관련, 구로다가 추가 부양할지에 대한 시장 관측도 분분하다면서, 오는 7월 또는 10월에 실행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경기 회복 낙관론자들은 ‘구로다가 더는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FT는 덧붙였다.
구로다는 지난달 23일 스페인 신트라에서 유럽중앙은행(EDB) 주최로 열린 중앙은행 세미나에서 “일본이 디플레를 극복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지난 16일 도쿄에서 비공개로 열린 일본 통화경제학회 토론회에서는 여전히 ‘구로다의 양적완화가 일본 정부 채무 위기를 가져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고 블룸버그가 앞서 전했다.
반면, 구로다의 정책 기조인 리플레이션(디플레 이후의 과다하지 않은 인플레 촉진) 기조 지지론자들은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토론회에서 옹호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FT는 ‘피터팬이 네버랜드에서 원하는 것은 다 얻을 수 있었다’면서 ‘디플레를 끝내려는 구로다의 투지도 결국 피터팬처럼 실현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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