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평가받는다’ 개인 신념 드러낸 듯…강행 가능성 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지율이 하락하더라도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안보 법안을 강행처리할 가능성이 있음을 20일 시사했다.아베 총리는 이날 민영방송 후지TV에 생방송으로 출연해 최근 안보법안을 여당이 표결로 밀어붙이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에 관해 “지지율이 낮으니 그만둔다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만을 소중히 여겼다면 애초에 이런 법안을 통과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지지율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를 받으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 선배들도 그러했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아베 총리는 1960년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당시 총리가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할 때나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정권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을 제정해 자위대 국외 파견의 길을 열었을 때도 강한 비판이 있었다고 선례를 들고서 이런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지율이 국민으로부터 이해와 신뢰를 얻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그것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면 인기만을 목표로 하는 정권이 돼 버린다”고 덧붙였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만화가 야쿠 미쓰루 씨는 집단자위권 법안을 강행하려는 것을 여론이라는 바람을 거스르면서 무리하게 나아가려는 상황으로 묘사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결국에는 강풍에 속옷 한 장만 남고 옷이 모두 벗겨져 ‘벌거벗은 총리’가 되고 말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담은 만화 두 장을 선보였으나 아베 총리는 이런 논리를 맞받아치며 자신의 견해를 내세웠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안보 법제를 정비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자위대 파견 범위를 확대하는 구상이 당장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나 역사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으로 예정된 참의원 심의 과정에서 법안이 지지를 얻도록 노력하되 결국에는 강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송에서 안보 법안 제·개정을 도둑이나 강도가 들 위험을 미리 막도록 문단속을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는 등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집단자위권 행사가 미국 건물 별채에 난 불을 그대로 놓아두면 일본 집에 옮겨 붙을 수 있으므로 일본이 소방대원을 보내 함께 불을 끄는 것과 같다며 불이 난 집 모형까지 동원해 예를 들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이 될 신(新) 국립경기장의 건설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 결국 설계를 백지화하고 전면 수정하기로 한 것에 관해 “최종적으로는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간 광고를 포함해 약 1시간 반에 걸쳐 후지 TV의 생방송에 출연했다.
그가 이례적으로 장시간 생방송에 출연한 것에는 안보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의 반응과 지지율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후지TV는 산케이신문과 마찬가지로 후지산케이 그룹에 속한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집단자위권 행사 구상을 담은 안보 정책을 지지하는 등 아베 정권의 핵심 정책을 옹호하는 논평을 자주 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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