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앵커 켈리에 ‘빔보의 컴백’ 비하발언…폭스뉴스 회장 “사과하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에 다시 시비를 걸고 유니비전 방송의 유명 앵커를 기자회견에서 내쫓는 등 언론과 계속 충돌을 빚고 있다.트럼프가 폭스뉴스의 여성 간판 앵커 메긴 켈리를 상대로 여성 비하성 발언을 거듭 일삼자 이번에는 폭스뉴스 회장인 로저 에일스가 직접 나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트럼프는 켈리가 열흘간 여름휴가를 마치고 24일(이하 현지시간) 밤 뉴스 프로그램 ‘켈리 파일’에 복귀하자 곧바로 켈리를 ‘빔보’(bimbo: 섹시한 외모에 머리 빈 여자를 폄하하는 비속어)라고 부르면서 그녀의 방송 조기하차를 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는 “(오늘따라) 켈리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면서 “프로그램 초대손님 코널 웨스트 박사와 이민 문제로 맞서는 것을 두려워 한 켈리는 아마도 끔찍한 여름휴가를 보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또 ‘빔보가 돌아왔다. 폭스뉴스의 시간 낭비다’는 지지자들의 트윗글을 리트윗하며 “오래가지 않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는 “메긴 켈리가 없었다면 켈리 파일을 훨씬 좋아했을 것”이라면서 “켈리는 아마도 자신이 계획하지 않은 11일간의 휴가를 또다시 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켈리가 지난 12일 저녁 방송을 끝내고 여름휴가를 떠나자 사이버 공간에서 ‘켈리가 트럼프와 충돌 때문에 방송에서 하차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급속히 퍼진 것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가세했었다.
그러자 에일스 회장은 25일 성명을 내고 “켈리에 대한 트럼프의 놀랍고 근거 없는 공격은 충격적이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트럼프가 거의 사과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는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일과 관련해 정치인이나 우리를 공격하는 그 누구로부터도 위축된 적이 없다”면서 “켈리는 미국 언론계에 있어 최고이며, 그녀의 전문성이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다. 이와 반대의 평가를 하려는 상스럽고 무책임한 기도를 폭스뉴스 임직원 모두가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양측 간 1차 갈등의 도화선이 된 지난 6일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켈리와 사회를 공동으로 진행한 앵커 브렛 베이어, ‘폭스뉴스 선데이’의 진행자 크리스 월러스 등도 트위터를 통해 일제히 트럼프를 비난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반박성명을 통해 “에일스 회장의 성명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켈리가 훌륭한 언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양측은 오하이오 주(州)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계기로 첫 갈등을 빚었다.
토론 진행을 맡은 켈리는 트럼프가 과거 여성을 개, 돼지, 역겨운 동물 등으로 부르며 비하한 전력을 집요하게 들췄고, 이에 분을 삭이지 못한 트럼프는 이튿날인 7일 새벽 트위터에 켈리를 빔보라고 부르면서 “토론회 최대 패자는 켈리”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특히 같은 날 CNN 방송에 출연해서는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왔다. 다른 어디서도 피가 나왔을 것”이라며 켈리가 월경 때문에 예민해져 자신을 공격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비하성 발언을 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한편 트럼프는 25일 아이오와주 유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최대 스페인어 방송사인 유니비전의 유명 앵커를 기자회견장에서 내쫓는 무례를 범하기도 했다고 AFP통신,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기자회견 도중 히스패닉계 이민자 출신의 유니비전 앵커인 호르헤 라모스가 트럼프를 향해 “질문이 있다”며 일어서자 트럼프가 “앉으라”고 호통을 치다시피 하면서 설전이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는 “당신은 질문자로 지명되지 않았다. 앉으라”고 요구했고, 라모스는 “기자이자 이민자, 또 시민으로서 질문할 권리가 있다”며 맞섰다.
결국 트럼프는 그에게 “유니비전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뒤 안전 요원들을 불러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라고 지시했다. 라모스가 나간 뒤 트럼프는 “그는 기자회견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충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잠시 뒤 돌아온 라모스는 트럼프에게 출생 시민권 폐지, 미국과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이민자 관련 정책에 대해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특히 라모스가 “1천900마일이나 되는 국경에 어떻게 장벽을 세울 거냐”고 묻자 트럼프는 “95층짜리 빌딩을 짓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고 비꼬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의 이런 예민한 반응은 유니비전과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 본사를 둔 유니비전은 히스패닉 이민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의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 등을 놓고 그와 관계 단절을 선언하는 등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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