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인도 불법행위는 미종결’ 韓정부 입장·대법원 판단과 정면배치
한일정상회담에서 군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을 위해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하자마자 일본이 자국 입장에 따른 협상 구도 짜기를 시도하고 있다.군위안부 문제가 법적으로 종결됐다는 주장과 앞으로 나올 수 있는 한일간의 ‘타결책’은 인도적 지원 차원이라는 점을 협상의 기본 바탕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일 귀국직후 TV에 출연, “군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2일 한일정상회담 후 약식 기자회견에서 군위안부 문제의 ‘해결’ 대신 ‘타결’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법적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정상회담 다음 날인 3일 여러 일본 신문들은 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으로 아시아여성기금(1990년대 일본 민·관이 군위안부 피해자 구제를 위해 조성한 기금) 후속사업 차원의 인도적 지원 방안을 전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측 입장과 관계없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안을 언론에 알린 것으로 비쳐졌다.
우선 아베 총리가 주장한 ‘법적 종결론’은 군위안부 제도의 불법성을 외면한 것으로, 한국 정부 및 한국 사법부의 견해와 정면 충돌한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협상 관련 외교문서를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는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와 함께 군위안부 문제를 일본에 책임을 추궁할 사안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한일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거론되지 않았고, 반인도적 불법 행위는 청구권 협정의 대상 밖이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또 한국 대법원은 2012년 5월 24일,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개인의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상의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베 총리가 본격 협상을 앞두고 ‘법적 종결론’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과 한국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일본의 주장대로 협상의 틀을 짜려는 속내로 읽혔다.
인도적 지원 방안이 일본 언론에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정부 차원의 법적 책임은 남아 있지 않다는 전제 하에 인도적인 견지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타결책’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법적 책임 인정과 연결되지 않는 단순한 인도적 지원 형태의 타결책에 대해 한국인 군위안부 피해자들과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향후 재개될 협상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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