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시각서 재조명...논란 재연될듯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자신의 반(反) 유대 및 인종주의 이념을 표방한 자서전 ‘나의 투쟁’이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다음 달 재출간될 예정이어서 이 책자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존의 자서전과 달리 상당량의 비판적 시각을 담은 학술적 주해(註解)가 첨부된 새 자서전은 나치즘의 발상지인 뮌헨의 현대사연구소에 의해 다음 달 발간될 예정으로 2천쪽 분량에 3천500개의 주해가 첨부된다.
역사학자들 대부분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재발간되는 학술적 성격의 새 자서전을 환영하고 있으나 유대계의 여론은 엇갈리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독일 법무 당국은 새 저서가 신나치 정서를 자극할 것을 우려, 일반의 접근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현대사연구소측은 새 저술이 중고서점에 나돌고 있는 기존의 무비판적이고 ‘무책임한’ 저술들과는 아주 다른 학술적 과업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레아스 비르슁 연구소장은 1일 “우리가 발간하는 자서전은 기존의 책자들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산하 정치교육센터의 토마스 크뤼거 소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비판적 방식의 새로운 ‘나의 투쟁’ 발간을 환영하면서 ‘나의 투쟁에 대한 금기’를 깨트리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의 투쟁’의 소유가 사실상 금지되고 입수가 어렵게되면서 오히려 이에 대한 소유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틀러가 지난 1933년 집권하기 전 출간한 ‘나의 투쟁’은 나치 집권 시절 베스트셀러로 1천200만부 이상 배포됐다.
나치 패망후 연합국 측은 ‘나의 투쟁’의 나치 선전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음을 감안, 1946년 이의 저작권을 바이에른 지역 정부로 넘겼으며, 이 책자가 나치 하켄크로이츠 문양이나 다른 나치의 상징들처럼 금지되지는 않았으나, 지역정부는 저작권을 이용해 다른 출판업자의 출간을 금지했다.
70년 시한의 독일 저작권법 만료가 다가오면서 출판업자들은 2016년부터 ‘나의 투쟁’ 원본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해졌으며, 이에 따라 독일 법무당국은 지난해 반선동법을 적용해 히틀러의 저술에 대한 ‘무비판적인 출간’을 전면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독일내 지도적 유대인 단체인 유대인중앙평의회는 재발간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 단체의 웹사이트는 ‘나의 투쟁’에 대해 상이한 견해들을 게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당시 스테판 크라머 평의회 사무총장은 학술적 차원의 ‘나의 투쟁’ 재발간 계획을 환영했으나 4년 후 디터 그로이만 평의회 회장은 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시 그로이만 회장은 “반유대주의와 증오로 가득찬 이 미친 책자의 발간을 전적으로 규탄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만약 누군가 어떻게든 이 책을 읽어야한다면 비판적 논평을 함께 갖춘 구도 속에서 그렇게 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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