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계기 미중정상회담…양측 논의 강도는 미지수
오는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이행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그러나 두가지 사안이 실제 논의되어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로 미·중 정상 사이에 ‘빅딜’ 형태의 물밑 협의가 이뤄질지는 물음표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29일 “이번에 미·중 정상이 만날 경우 최대 의제는 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대북제재 이행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이번 기회에 어떤 형태로든 사드 배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미국도 나름대로 명분과 기술적 설명을 토대로 사드 배치문제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실제로 문제를 제기할지, 한다면 과연 어떤 강도로 할지는 두고봐야 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을 하는 것은 시 주석이 국빈방문했던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 작성과 채택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이행과정에서도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시 주석도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행위에 대응해 다자적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재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시 주석은 제재 이외에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논의하자고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시 주석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이 군 당국 차원에서 협의 중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가 자국의 안보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실상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사드 배치를 포함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큰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중국 정부에 사드의 기술적 성능과 제원을 설명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히고 “중국은 우리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지만 우리는 사드가 무엇인지, 그 기술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설명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의 희망은 중국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것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브루킹스 연구소 조너선 폴락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28일 중국이 처음으로 북한의 행동이 자국의 핵심적인 안보이익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은 더이상 이 같은 위협을 합리화하거나 무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갈수록 자국 이익에 부담이 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에 선을 긋기로 마음을 먹고 있다며 최근의 환구시보 기사들을 인용, 중국이 북한측에 위기시 중국측의 지원과 보호를 기대하지 말 것과 북한 핵무장의 위험성을 공개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사드 배치문제를 놓고 미·중의 입장이 충분히 교환돼있는 만큼 정상 차원에서 이를 거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대북 제재 이행과 사드 배치라는 두가지 사안이 서로 성격이 달라서 설사 논의 테이블에 오르더라도 두 정상이 이를 연계해 논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것은 회원국에 주어진 의무사항으로서 특정무기 체계 도입문제와 연관되어 논의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앞으로 대북 제재 이행과정에서 중국과의 협조가 긴요하다는 점에서 중국이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설 경우 일정한 외교적 부담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블링큰 부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만일 중국이 우리가 스스로와 동맹·우방들의 안보를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신시키려고 한다면, 최선의 것은 대북 문제를 놓고 우리가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낳았다. 블링큰 부장관이 언급한 ‘추가적인 조치’는 사드 배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로즈 고테묄러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담당 차관은 이날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 사전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중국의 대북제재 협력에 고무돼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금과 같은 대북제재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지금도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철저한 이행과 관련한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의 논의 상황에 대해 매우 고무됐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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