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공동시장·남미국가연합에 “탄핵 이뤄지면 제재” 요청
탄핵 위기에 몰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을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2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전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파리 기후변화협정 서명식에 참석한 호세프 대통령은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조기 대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브라질 정치권에서는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다고 해서 현재의 정치·경제적 위기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대선을 앞당겨 시행하자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특히 2014년 대선에 출마했던 ‘아마존의 여전사’ 마리나 시우바 전 연방상원의원은 호세프 대통령과 테메르 부통령의 동반 퇴진을 촉구하면서 조기 대선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 노동자당(PT) 지도부와 일부 상원의원들도 조기 대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의회에서 진행되는 탄핵 절차를 쿠데타 시도에 비유하면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남미국가연합에 ‘탄핵이 이뤄질 경우’ 제재를 촉구했다.
메르코수르는 회원국에서 합법적으로 세워진 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민주주의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쿠데타 등 초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이 등장하면 회원국 자격 정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남미대륙 12개국으로 이루어진 남미국가연합도 호세프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국가연합 임시의장인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은 국민의 자유의사에 따라 선출됐다”면서 브라질이 하루속히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은 브라질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겨졌다.
상원은 21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특위는 25일 첫 회의를 연다. 특위는 열흘가량 심의와 토론을 벌이고 나서 탄핵 의견서를 채택한다.
이어 전체회의 표결에서 81명 의원 가운데 41명 이상이 찬성하면 연방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탄핵 심판이 진행된다. 이와 동시에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는 최대 180일간 정지되고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한다.
탄핵 심판에서 적법성이 인정되면 탄핵안은 다시 상원 전체 회의 표결에 부쳐지고,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최종으로 가결된다.
이렇게 되면 호세프 대통령은 퇴출당하고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테메르 부통령이 채운다.
주요 언론의 분석에서 상원의원 가운데 탄핵 찬성은 48∼50명, 반대는 20명으로 나왔다. 11∼13명은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했거나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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