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인종 분포 백인↓, 히스패닉˙아시아계↑ 대선 함께 치르는 상ㆍ하원 선거도 공화 빨간불
파격과 막말, 외교적 무능으로 악명높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과연 제45대 ‘미합중국’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공화당 내 강한 반(反) 트럼프 정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걱정과 우려의 시선으로 2016 미국 대선판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초당파적 정치전문 온라인 뉴스레터인 ‘사보토스 크리스털 볼’의 편집장 카일 콘딕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견했다.
오히려 1988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민주, 공화 양당 대선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10% 포인트 미만이었고, 2012년 선거 때는 51.5 대 48.5로 박빙의 승부를 보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10% 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낙승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 이유로 콘딕은 미국 유권자의 인종 분포 변화를 꼽았다. 2012년 대선 때 백인 유권자는 72%, 흑인은 13%, 히스패닉은 10%, 아시아계는 3%였다. 하지만 올해 대선 유권자의 인종별 분포는 백인 70%, 흑인 12%, 히스패닉 12%, 아시아계 4%로 백인은 줄고 유색인종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대선에서 백인을 제외한 유색인종의 민주당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2012년 당시 흑인의 93%, 히스패닉의 71%, 아시아계 유권자의 73%가 민주당 오바마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올해에는 이 추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 발언들로 인해 이들의 표심이 더욱 민주당으로 쏠릴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유권자 인종 분포 변화와 유색인종의 트럼프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전체적인 득표율은 지난 대선에 비해 4∼5% 포인트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예측했다.
또 트럼프는 분노한 백인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고 있긴 하지만, 백인 여성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비호감 도가 매우 높은 것도 변수다. 지난 4월 초 갤럽 조사에서 여성의 70%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는 백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현재 그를 지지하는 저소득층 백인 남성들의 경우 과거에도 공화당 지지층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강력한 지지는 공화당의 전체적인 득표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여성비하 발언등으로 인한 백인 여성들의 반 트럼프 정서는 전체적인 백인 득표율을 깎아 먹으면서 4년 전보다 전체 득표율이 3% 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콘딕은 전망했다.
이런 전망치들을 종합할 때 2016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55.1%가량이 될 것으로 보이고,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44.9%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양당의 격차는 10% 포인트가 넘게 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하지만 공화당에 불리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의 연속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반감 내지는 최소한 실망감이라도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CNN 방송 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1%로 매우 탄탄하다. 낮은 실업률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미국 경제, 대 이란·쿠바 정책에서 보여준 외교적 유연성 등이 오바마의 인기 배경이다. 이는 대선 때까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처럼 높으면 현직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게 되면 낙담한 공화당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돼 상·하원 선거에도 공화당은 패배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4년 중간선거 때 민주당이 패배한 것도 오바마 케어 등에 대한 실망감으로 민주당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정반대로 공화당원들이 그런 모습을 보일 차례라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클린턴의 호감도는 매우 낮다. 최근 조사에서 클린턴이 호감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2%에 불과했고, 비호감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4%였다. 호감적이라는 답변과 비호감적이라는 답변간 차이는 평균 ‘-12’(비호감율이 12% 많다)다. 하지만 트럼프는 평균 ‘-24’를 기록하고 있다.
콘딕은 “매우 낮은 호감도를 갖고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유일한 희망은 자신보다 비호감 후보가 경쟁자로 나서는 것뿐이었다”며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서 의사의 처방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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