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 “전례 보면 뻔하다”며 분발 촉구
지중해에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항공기의 사고가 이집트 당국의 과거 행태를 볼 때 ‘영구미제’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30일(현지시간) 지적했다.이 주간지는 사고 원인이 당국의 구미에 맞게 나올 때까지 무한정 조사를 벌이는 이집트의 특징으로 미뤄볼 때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며 전례를 나열했다.
먼저 1999년 미국 해안에 추락해 탑승객이 모두 사망한 이집트 항공 990기의 사고 원인이 조종사의 자살인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상당하다고 미국 측 조사 당국이 결론을 내렸으나 이집트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자살이 아니라는 결론을 끌어냈다.
지난해 9월 이집트 사막에서 공습을 받아 멕시코 관광객 8명과 이집트 가이드 4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투명한’ 진상조사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집트 군의 공습이 명백한데도 관광객을 출입 제한 구역으로 데려간 가이드를 비난하는 이집트 당국자의 발언만 나오자 멕시코 외무부는 지난 12일 경악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더 의심스러운 상황은 카이로에서 이집트 노동조합을 연구하던 이탈리아 대학원생 줄리오 레게니(29)가 납치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레게니는 올해 1월 25일 실종되고 나서 2주 후 갈비뼈 6개가 부러지고, 얼굴에 담뱃불로 지진 흔적이 있는 사체로 발견됐다.
이집트 당국은 경찰을 사칭해 외국인을 납치해 금품을 강탈한 강도범 4명을 살해했다면서 레게니가 그 피해자라고 발표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카이로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은 레게니가 ‘예민한 주제’를 연구하는 데 대해 보안 당국의 조사에서 고문받아 사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집트 휴양지를 떠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러시아 여객기가 시나이 반도에서 추락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사고 1주일이 채 안 돼 미국과 영국에서는 기내 폭탄의 폭발로 봤고, 러시아 당국도 2주 후 ‘테러’ 행위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집트는 사고 발생 두 달이 지난 12월 ‘예비 조사’ 보고서를 내 ‘테러 증거가 없고 보안 검색과정에 문제가 없다’며 사고 원인을 계속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사고 조사에서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하거나, 만족할만한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조사를 계속하는 게 특징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이집트 경제의 버팀목이자 외화 수입의 한 축인 관광산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친정부 이집트 매체들이 항공기가 추락 전에 급선회했다는 추정을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집트 당국의 조사가 전철을 착실히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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