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원자바오 등 공개 행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운동을 둘러싸고 전·현직 지도부 간 ‘권력 투쟁’이 격화되는 조짐이 일고 있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이외의 다른 거물급 원로들이 대거 반격에 나선 가운데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당시 총리를 지낸 원자바오(溫家寶)가 최근 잇따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양측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후진타오는 지난 9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의 후난대 악록서원(岳麓書院)을 방문해 7개월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중국신문사는 이날 원자바오가 지난 8일 카타르 알아티야국제에너지기금이 수여하는 국제에너지 공로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도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인터넷 뉴스 인민망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민망은 장 전 주석이 최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고립됐던 중국을 국제사회에 복귀시킨 지도자”라는 평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전직 지도부가 관영 언론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이들이 시 주석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후진타오는 측근인 링지화(令計劃) 당 중앙통일전선부장(장관)이 사정 대상에 올라 있으며, 원자바오는 일가 부정 축재 의혹에 휩싸여 있다. 원로들은 시 주석이 척결할 첫 ‘호랑이’(부패 몸통)로 통하는 저우융캉이 사법처리될 경우 자신들도 무사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장 전 주석이 시 주석에게 당 고위층의 계파와 그 측근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의 반부패 실행 기구인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심복으로 통하는 궈융샹(郭永祥) 전 쓰촨(四川)성 부성장의 공직과 당적을 동시에 박탈했다고 9일 선포했다. 중국 언론들은 그가 직무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편의를 봐주고 아들을 통해서도 거액의 뇌물을 챙겼으며, 최소 3명 이상의 첩을 거느리는 등 도덕적인 문제도 있다고 그의 부패상을 적시했다. 앞서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빈에 이어 저우융캉의 사돈과 동생 가족까지 체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저우융캉에 대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다. 사회과학원 출신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시 주석의 반부패는 개혁을 내세운 명분일 뿐 그 실질은 권력투쟁”이라면서 “투쟁에서 밀릴 경우 후진타오 전 주석과 같이 허울뿐인 지도자가 될 것이어서 반부패를 밀어붙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4-04-11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