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에 횡령 유죄 판결

푸틴 정적 나발니에 횡령 유죄 판결

입력 2014-12-31 07:41
수정 2017-12-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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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정치적 재판”…지지자들 대규모 항의 시위미국 “야권탄압 또다른 사례”…EU “정치적 동기 개입”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맞서 반정부 활동을 주도해온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38)가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자모스크보레츠키 법원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천100만 루블(약 5억9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알렉세이 나발리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에 3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그의 동생 올렉 나발니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변호인단은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나발니 형제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배송업체를 이용해 이브 로셰의 돈을 횡령했다며 알렉세이에게 10년, 올렉에게 8년형을 구형했다.

최후 진술에서 자신과 동생에 대한 사법 절차가 정치적 성격을 띤 것이라고 주장했던 나발니는 판사가 동생 올렉에게 실형을 선고하자 “수치스럽지 않나. 뭣 때문에 그를 투옥하는가. 나를 더 심하게 처벌하기 위해 선가”라고 소리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뒤이어 재판이 끝난 뒤엔 법원 건물 밖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 “현 정권은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붕괴돼야 한다. 오늘 모두가 가두 시위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나발니는 그동안 당국의 사법 절차가 자신의 반정부 활동 때문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는 지난해에도 공기업 자산 횡령 혐의로 징역 5년에 같은 기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현지 인권단체 헬싱키 그룹 소장 류드밀라 알렉세예바는 “알렉세이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그에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동생인 올렉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렉이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야권 인사 탄압”, “정치적 동기가 개입된 재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제프 래스키 국무부 공보과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유죄 판결은 충격적”이라면서 “이번 판결에는 (반정부) 정치활동을 중단시키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래스키 공보과장은 또 “이번 판결은 러시아 정부가 (정부를 비판하는) 독립된 목소리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는 또 다른 사례”라면서 “독립 미디어, 시민사회, 야당 등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제약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실의 한 대변인은 “나발니 형제에 대한 혐의가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판결에는 정치적 동기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결정은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이날 수도 모스크바 등지에서 이번 판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약 2천 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7시께부터 크렘린궁 인근 마네슈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다 약 2시간 만에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해산됐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약 170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택연금 조치를 어기고 시위 현장에 나왔던 나발니도 현장에서 체포돼 다시 집으로 이송됐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나발니가 반(反) 푸틴 가두시위를 촉구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릍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시위 현장에 집결했다. 시위현장에는 나발니 반대자들도 나와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양측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나발니는 2011년 총선 이후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야권 시위를 이끌며 반 푸틴 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올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엔 올림픽 시설 건설 과정에서 저질러진 정부 관리들과 국영기업 등의 대규모 비리를 폭로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27%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나발니를 지지하는 웹페이지의 접속을 차단하는 등 그에 대한 지지 운동을 막는데 골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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