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드라마 첫회 나가자 그 회장님쪽에서”

박영규 “드라마 첫회 나가자 그 회장님쪽에서”

입력 2011-08-28 00:00
수정 2011-08-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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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보스를 지켜라’ 차회장역 대박

“이 나이 되니 이제야 연기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연기가 바로 내 삶이고 내 삶이 곧 연기임을 깨달았습니다.”

SBS 수목극 ‘보스를 지켜라’의 ‘차회장’ 박영규(58)를 만났다.

KBS ‘해신’ 이후 6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그에게는 질문이 필요없었다. 그는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냈고 동시에 녹슬지 않은 유머 감각을 과시하며 인터뷰 시간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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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 탄현SBS 드라마 촬영장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만난 드라마 여주인공 최강희는 “드라마에서 박영규 선생님 너무 재밌죠? 우리 모두 ‘영규 신’으로 불러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일찍이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아빠’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코믹 연기에서 그의 독보적인 재능은 ‘보스를 지켜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폭력적이고 다혈질인 재벌 회장을 연기하는 그는 어머니 앞에서는 영락없는 철부지 어린애가 되고, 실제로 철이 덜 든 아들과는 티격태격하는 동년배 친구 같은 모습을 연출하며 큰 웃음을 선사한다.

’미달이 아빠’가 고개 숙인 가장의 ‘찌질한’ 모습을 통해 가늘고 긴 웃음을 보여줬다면 이번 차회장은 부와 권력을 쥔 자의 스펙트럼이 넓은 모습을 통해 좀 더 임팩트가 강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달이 아빠’의 이미지가 굉장히 강했어요. 그래서 그 이후 과연 내가 그 이미지를 지울 수 있을까 고민했죠. 하지만 변신은 결국 배우 자신의 의무이자 책임이잖아요. 차회장 역을 통해 똑같이 코미디이긴 하지만 ‘미달이 아빠’의 이미지가 지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그럼으로써 박영규라는 배우가 변신이 가능하구나 하는 느낌을 시청자에게 전해 드리고 싶고 배우로서 그분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고 싶어요.”

다음은 일문일답.

--차회장, 정말 웃긴다.

▲작가가 내 속에 들어왔든지, 내가 작가 속에 들어간 것 같다. 애드리브 하나 없이 대본 그대로 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타이밍을 알고 허를 찌르는 게 코미디인데 우리 드라마가 그걸 기막히게 안다. 그저 기술적으로 웃기려고 하면 안 된다. 차회장 역시 코미디를 위한 코미디를 하는 게 아니다. 환갑이 다된 재벌총수가 어머니 앞에서 어린아이가 되는 것은 바로 그의 그릇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행복감을 주기 위한 효심이다. ‘엄마’라고 부르며 치대면 어머니도 행복해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는 것이다.

아들과의 관계에서도 끊임없이 자식과 지지고 볶으면서 스킨십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촉촉한 관계를 만들려는 것인데, 이는 차회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자신감이 있고 그릇이 큰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노은설(최강희 분)이 소위 스펙이 좋은 아이도 아니지만 그의 창조성과 순수성을 간파하고 기회를 준 것 역시 차회장 아닌가.

드라마가 인기는 인기인 모양이다. 날 전혀 몰랐을 요즘 10대 아이들이 날 보면 ‘귀엽다’고 난리다.(웃음) 예전에 내가 30대 때 앞으로 60대가 되도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진 것 같아 기분 좋다.

--폭력사건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볼 때 모 회장 쪽에서 연락이 왔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첫 회 나가자마자 그 그룹 사람이 방송사에 다녀갔다.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보다 인간적일 수 없는 멋진 회장으로 그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작품 끝날 때쯤 되면 고맙다고 그쪽에서 우리 팀을 회식시켜주지 않을까 싶다.(웃음) 재미있는 건 요즘 차회장을 보며 ‘딱 내 모습이야’라고 연락해오는 다른 회장님이 많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폭력적이지만 들여다 보면 차회장처럼 멋진 회장도 없다. 우리 드라마는 재벌의 문제점도 그리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부각한다.

--그동안 연기하고 싶어 어떻게 참았나 싶다. (그는 2004년 외동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연예계를 떠났다 지난해 영화 ‘주유소습격사건2’와 뮤지컬 ‘스팸어랏’을 통해 복귀했다.)

▲오랫동안 연기를 안 했고 또 영원히 안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난 항상 준비하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라는 사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내 남다른 지독한 삶의 경험과 운명적인 사건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속 창고에 쌓여 연기의 재료로 승화된 것 같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겪고 나니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연기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의 창고 속 재료를 꺼내 쓸 때 가슴으로 하느냐는 것인데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 가슴으로, 진정을 담아 연기한다.

지금 코미디를 하지만 슬픔은, 눈물은 웃음과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겪고 이어 이혼과 재혼을 하며 겪은 여러 상황 속에서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러한 고통을 밝음으로 만들려고 하는 배우로서의 숙명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지금 이렇게 연기하는 걸 보면 나는 운명적으로 배우인 것 같다. 내가 지금 더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것은 나중에 우리 아들을 만나러 갈 때 떳떳하기 위해서다. ‘비록 널 지켜주진 못했지만 아빠가 이렇게 세상에 남아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보람된 인생을 살면서 속죄를 했다’고 하면 우리 아들이 ‘아빠 잘했어’하고 맞아줄 것 같다. (그는 이 대목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차회장과 실제로 닮은 면이 많을 것 같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나.

▲욱하는 기질은 있지. 어렸을 때는 ‘깨값’ 좀 물어줬다.(웃음) 내 주변 사람들은 차회장 보면 실제의 나랑 똑같다며 웃는다. 다른 걸 떠나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에서 내가 드라마를 통해 한풀이한다. 우리 어머니가 1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극중에서 내가 김영옥 선배님을 대하는 것처럼 똑같이 어리광을 피우며 대했다. 김영옥 선배님이 정말 어머니처럼 대해주셔서 더 진짜처럼 연기한다. 또 아들 역의 지성과의 호흡에서는 진짜 내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한다. 저 하늘에 계신 분이 내게 그간의 고통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번 역을 주신 것 같다.

--차기작에서는 진지한 역이다. 180도 변신이 기대된다.(그는 다음 달 말 방송 예정인 김수현 작가의 ‘천일의 약속’에 출연한다)

▲김수현 작가님과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기회가 닿았다. 나이스하고 침착한 성격의 병원그룹 이사장 역인데 꼭 잘해서 김수현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다.(웃음)

--이제 완전히 복귀한 건가.

▲앞으로 어떤 일이 또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금 마음은 그렇다. 위대한 배우는 위대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걸 요즘 더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배우는 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직업인 것 같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를 알리는, 이 땅이 가진 기막힌 드라마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제작이든, 연출이든, 연기를 통해서든 한국을 대표하는 깊이 있고 아름다운 작품을 하나 만들어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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