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학술대회…”한민족 시조신으로서의 단군 부정해”
일제는 단군이 독립운동의 정신적 기반이 되면 식민지배에 방해될 것을 우려해 ‘한민족 시조신’으로서의 단군의 위상을 부정했다는 일본 학자의 분석이 나왔다.사쿠라자와 아이 일본 니가타대(新潟大) 교수는 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고조선의 여명’을 주제로 열린 경희대 인문학연구원 부설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주최 제1회 국제학술회의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이뤄진 단군 연구를 설명하며 이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사쿠라자와 교수는 “한국사상사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긴 다카하시 토루는 1920년에 쓴 논문 ‘단군 전설에 대하여’에서 ‘단군이 한반도 북부 지역 ‘전설의 조왕’이긴 하지만 남부지역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한국인들이 단군을 민족의 시조신으로 간주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 글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다음해 간행된 잡지 ‘동원’의 창간호에 실린 것이다.
사쿠라자와 교수는 “이 잡지는 독립운동의 정신적인 근거가 민족자결주의에 있다고 보고 이를 부정하려는 학술적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며 “다카하시가 논문에서 단군이 민족의 시조신이 아니라고 한 것은 독립운동의 정신적인 기반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이나바 이와키치도 ‘조선의 문화문제’(1922년)에서 단군을 언급한 바 있다.
사쿠라자와 교수는 “이나바는 이 글에서 ‘조선인이 단군을 민족의 시조신으로 숭배하게 된 것은 기자전설을 비롯한 사대주의에서 해방된 것’이라는 나름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이런 생각은 일본국가의 일원이라는 이해를 가질 수 없게 한다’며 단군이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를 방해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한국연구재단의 중점연구소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1차년도를 결산하는 취지에서 열렸다.
조인성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원장은 “고조선과 북방문화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올바른 고조선사 인식을 확산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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