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는 인간이 얼마나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나의 문학관 잘 드러낸 작품은 ‘소년이 온다’”…차기작 상반기 출간
“전 진짜 담담하거든요. 그냥 조용히, 진지하게,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미지 확대
’2016 파리도서전’에 한국 대표 작가로 초청된 소설가 한강이 18일(현지시간) 행사장에서 프랑스 독자를 대상으로 사인회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2016 파리도서전’에 한국 대표 작가로 초청된 소설가 한강이 18일(현지시간) 행사장에서 프랑스 독자를 대상으로 사인회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한국 작가 중 처음으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소설가 한강(46)은 18일 오후(현지시간) ‘2016 파리도서전’이 열린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수상자 후보군에 오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우리나라 대표 작가 자격으로 파리도서전에 참석하기 위해 온 그는 “‘채식주의자’는 이미 11년 전에 완성됐다. 판권 문제로 2년을 묶여 있다 나온 지도 9년이나 됐다. 오래된 책이고 그새 작품이 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가 변한 것도 아니니 당혹스럽다”는 설명도 보탰다.
그러면서 “원래 문학이란 언어의 벽이 있는데 좋은 번역자, 좋은 편집자와 인연이 닿은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 후보작에 뽑힌 ‘채식주의자’는 어릴 때 육식과 관련된 트라우마로 채식하게 된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이다. 지난해 해외에 처음 소개된 이후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더니 급기야 세계적인 문학상 후보까지 올랐다.
그는 이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자신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또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 있는데 이는 국경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채식주의자’의 경우 인간의 폭력성과 인간이 과연 완전히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이 문제에 천착했지만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질문이 완성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완성에 근접하려고 합니다. 완성하면 다음 질문으로 나아가게 되겠지요. 전 그런 식으로 소설을 쓰고 있어요.”
그의 책 중 ‘채식주의자’가 최근 크게 조명받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문학관을 더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꼽았다. 이 책 또한 외국에 번역돼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최근작이기도 하고 그 작품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변화를 느껴 가장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제 소설이라는 느낌이 안 들어요. 소년, 그러니까 그분들이 써주고 전 제 삶의 시간과 감각을 빌려준 것이 아닐까 해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뤄 해외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광주가 고유명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굴을 바꿔서 돌아오는 보통명사”라며 “광주는 인간의 존엄성과 폭력성이 극단적으로 공존한 시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 속 소년이 엄마의 손을 끌고 밝은 쪽으로 가는 장면을 지목하며 “인간에 대한 의문이나 인간이 가진 폭력에서 느끼는 고통이 있는데 이걸 쓰면서 인간의 존엄한 면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질문과 연결돼 있다”며 “한 작가가 쓰는 것이니 연결될 수밖에 없지요”라고 했다.
한강은 올 상반기 중 차기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산문 같기도 하다”는 이 작품은 이미 국내 출간 전 번역작업이 시작됐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이번에도 번역을 맡는다.
201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4개월가량을 보냈다는 그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이면서 도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아가는’ 어떤 여자의 이야기인데 폴란드가 배경으로 등장한다”고 소개하면서도 “아직 제목이 확정되지 않아 더 말을 못하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더 멀리는 지난해 발표한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을 늦어도 내년까지 3부작 장편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떠한 작품을 하든 “인간의 존엄을 좀 더 오래 들여다보는 글”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도 변주하고 저렇게도 변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계속 글을 쓰는 것입니다. 전 늘 ‘내가 완성할 수 있을까’와 ‘완성하면 좋겠다’를 오가며 글을 쓰고 있어요. 저도 제가 어떤 작가인지 모르겠는데 더 쓰다 보면 알게 되겠지요.”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